| ▲ 밤에만 피는 달맞이꽃. |
대지를 이글거리며 달구던 한여름 태양이 뉘엿뉘엿 넘어간 뒤 내린 땅거미. 대지에는 노오란 꽃들이 하나씩 망울을 터뜨린다.
일반적으로 낮에 꽃을 피우고 왕성한 활동을 하다 밤이면 시들어 버리는 일반 산야초와는 달리 이 꽃은 밤에 꽃을 피우다가 새벽이 오면 뭔가에 쫒기듯 시들어 버린다. 달을 흠모한 나머지 달빛을 따라 핀다고 해 '달맞이꽃'이라고 부른다.
달맞이꽃은 개항 이후 국내에 들어온 귀화식물이다. 남미 칠레가 원산지인 이 꽃은 주로 길 섶이나 물가, 들녘 아무데나 잘 자라며 번식력이 대단하다.
'월견초(月見草)'라고 불리거나 밤에 피어난 꽃에서 향기가 난다고 해서 '야래향(夜來香)'이라 하기도 한다. 이 꽃은 바늘꽃과 두해살이 들풀로 줄기는 곧게 위로 자라고 위쪽에서 가지를 치며 다 자라면 키가 1m를 넘는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타원형으로 어긋나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물결모양 톱니처럼 생겼고 위로 갈수록 잎자루가 거의 없다.
꽃은 6∼9월 사이 4㎝전후의 노란 꽃이 총상꽃차례를 이루고 줄기 끝 잎겨드랑이마다 한 송이씩 피어나며 끝이 파진다. 수술은 8개이고, 암술은 1개로 꽃받침 조각은 줄 모양으로 꽃이 필 땐 뒤로 젖혀지는 것이 특징이다.
열매는 삭과로 긴 타원형 모양이고 털이 솟아 있으며 길이가 2∼3㎝로 4개로 갈라지면서 씨앗은 아주 작고 검은색을 띤다. 씨앗에는 여러 개의 모가 나 있으며 젖으면 점액이 생긴다.
달맞이꽃은 이른 봄 줄기가 다 자라기 전 어린 싹을 먹는다. 찬물로 우려 매운맛을 제거한 다음 간을 맞춰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또 갓 피어난 꽃은 튀김으로 해서 먹어도 좋다. 달맞이꽃은 오래 전부터 동.서양에 두루 걸쳐 중요한 약용식물로 활용됐다고 전해진다.
민간에서는 여러 용도에 약재로 쓰인다. 각종 피부염에 생잎을 짓찧어 환부에 붙이거나 말려 둔 약재를 가루로 빻아 기름에 개어 바르면 좋다. 뿌리는 여름과 가을 오염되지 않은 밭이나 들녘에서 채취한 후 깨끗이 씻어 햇빛에 말렸다가 인후염, 두통, 열감기, 기관지염 등에 활용하기도 한다.
좋은 향기가 나는 씨앗을 월견자라 하는데 최근엔 이 씨앗으로 짠 기름을 이용해 여러 가지 건강식품이나 의약품, 화장품 원료로 활용한다. 월견자에는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렌산이 다량함유되어 있어 현대인의 생활습관병인 당뇨병, 고혈압, 비만, 아토피 피부염, 고지혈증, 콜레스테롤 저감 등에 효능이 있다.
| ▲ 장 호 봉 약용식물관리 강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