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은 '훈련해야 하는 이유'를 점점 늘려가고 있다. 지난 2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열린 팀 마무리 훈련을 지휘하는 모습.

[충청일보]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 훈련 중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오른손 외야수 김태완(30)은 최근 오른손에 글러브를 끼고 수비 훈련을 했다.

김태완은 왼 손목을 다쳤고 왼손에 글러브를 끼면 부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매일 수비 훈련 명단에 있었다. 김성근(72) 감독은 길게 고민하지 않고 "오른손은 괜찮지 않나"라며 김태완을 그라운드로 불러 들였다.

덧붙인 한 마디. "수비의 기본은 발이다." 

김성근 감독은 16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김태완이 수비의 기본기가 잡혀 가는 상황이다. 왼 손목 부상 때문에 훈련을 멈추면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전하며 "어차피 수비의 기본은 하체다. 김태완에게 '발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에게 송구는 '다음 문제'다. 그는 "우선 공을 잡아야 송구를 하지 않는가"라고 되물으며 "가장 안정적인 자세에서 공을 잡는 법을 가르친 후 글러브 쓰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자신의 수비 훈련 철학을 이야기했다.  

발이 빠르게 움직이는 야수는 가장 안정적인 위치에서 공을 잡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송구 동작도 편안해진다.  

또한 발을 움직여 몸이 최대한 타구에 가까이 가야, 팔도 뻗을 수 있다.

김 감독은 "지금 김태완에게는 글러브 위치가 중요하지 않다"며 "'발로 잡을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할 때에는 왼 손목 통증이 사라지지 않을까. 그땐 오른손에 글러브를 끼고 글러브로 공 잡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껄껄 웃었다.

김 감독은 "오늘 타구와 나 사이의 간격이 1㎝ 줄어들면, 정규시즌이 시작할 때는 30㎝까지 줄어든다. 30㎝를 줄이면 안타성 타구를 몇 개를 건져낼 수 있고, 승패가 몇 경기 바뀐다. 그렇게 되면 한 시즌 성적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30㎝의 철학'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몇 ㎝ 줄어들었습니까"라는 질문에 김 감독은 "이제 겨우 1㎝ 정도"라고 답했다. 갈 길은 멀고, 김 감독이 '훈련해야 하는 이유'는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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