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 길가나 풀 섶, 밭둑 습지에 흔하게 피어나는 닭의장풀꽃. 이슬을 머금고 잠시 피었다가 오전도 못 버티고 이내 시들어버린다. 이렇듯 하루도 채 피어있지 못하는 운명이지만 꽃을 피우기 위해 자그마치 1년을 묵묵히 기다린다.
‘즐거움’이란 꽃말을 지닌 닭의장풀은 피어나는 꽃을 옆에서 보면 마치 닭의 벼슬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떤 이는 꽃의 모양이 닭 모래집을 빼 닮았다하여 달개비라 부르기도 한다.
이 산야초의 특징은 줄기는 보통 옆으로 기며 퍼져나가면서도 주변 경쟁자가 생기면 서로 키 재기를 하듯 위로 줄기를 뻗기도 한다는 점이다. 옆으로 땅을 기어 다니다가 마디에 흙이라도 닿으면 곧바로 뿌리를 내리며 15∼50㎝까지 높이 자란다. 예전에 농부가 밭에 난 이 풀을 뽑아서 밭둑에 놓아두면 어느새 또 자라나 이들에겐 골치덩이기도 했다.
꽃은 7∼8월에 푸른빛이 도는 자주색으로 잎겨드랑이에 하나씩 나와 3장의 꽃잎을 피운다. 그 중 한 장은 밑에 붙고 작으며 흰색이고, 위의 두 장은 크고 둥글며 푸른색이고 생김새는 마치 귀를 쫑긋 세운 듯 나란히 피는 것이 귀엽고 앙증맞다. 암술 1개에 수술이 여럿이지만 그 중 꽃 밥이 없는 헛수술이 대부분이고 진짜 수술은 2개 정도 뿐이다.
잎은 어긋나며 달걀모양의 바소꼴로 길이가 5∼7㎝이며 너비는 1∼2.5㎝로 굵은 마디에서 나며 밑 둥은 줄기를 감싸 안고 뒷면에 털이 약간 돋아 있으며 가장 자리는 밋밋하다. 열매는 타원 모양의 삭과이고 육질로 마르면 3조각으로 나뉘어진다.
봄에 어린잎은 식용으로 가능하고 생잎을 채취하여 즙을 내 화상에 바르면 열을 내리는 데 효과가 있다.이뇨작용을 도와주며 당뇨병에도 쓴다.
꽃은 독성이 없고 연하여 샐러드에 곁들여 먹어도 맛이 괜찮다. 푸른빛의 꽃잎을 따서 맑은 소주에 띄어 마시면 분위기를 돋우는 데 그만이다. 꽃이 핀 상태에서 잎과 줄기를 채취하여 그늘에 바짝 말려두었다가 주머니속에 넣어 입욕제로 활용하면 땀띠, 옻, 종기 등 각종 피부병과 신경통에 좋다.
여름에도 잎과 줄기 그리고 꽃을 모두 먹을 수 있는데, 어린잎과 부드러운 줄기 끝 부분만을 활용해 굵은 소금물로 삶아내어 찬물로 헹군 다음 적당하게 썰어 기름으로 볶아 나물로 묻혀 먹어도 되고, 겨자와 간장으로 간을 하여 나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예전엔 이 꽃을 활용하여 파란색 옷감에 천연물감을 들이는데 활용하기도 했다.
| ▲ 장 호 봉 약용식물관리 강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