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비단풀. |
얼마 전 경남 산청의 민족다물학교에 갔을 때 일이다.
연수를 마치고 귀경 차 잠시 들렀던 산청군 단성면 운리마을,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단속사지 동·서 3층석탑 주변 정당매각(政堂梅閣)에 들러 우리 조상의 옛 정취를 감상하다가 우연히 비단풀을 발견했다.
약초꾼들 사이에도 이미 구하기 어렵고 귀하다고 소문이 난 터였다.
이 산야초는 대극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생김새가 비단처럼 잎새에 자줏빛 점이 하나씩 박혀있고, 줄기에서 또 새줄기가 자라나 마치 혈관처럼 예쁘게 퍼져나가는 것이 마치 비단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비단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또는 빈대처럼 땅바닥에 바짝 붙어 기어 다닌다 해서 땅빈대로도 불린다.
주로 길옆이나 밭, 습기가 많고 햇빛이 잘 드는 곳, 특히 자갈이 많은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란다.
꽃은 8∼9월에 붉은 보랏빛으로 피고 열매는 삭과로 둥근 모양이고 씨앗은 0.7㎜로 회갈색으로 다 익으면 겉껍질이 순간적으로 탁 벌어지면서 10∼80㎝까지 날아가 씨앗을 퍼뜨린다.
줄기나 잎에 상처를 내면 흰 즙이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식물의 흰즙은 칼로 베이거나 긁힌 상처 등에 바르면 통증이 쉽게 가라앉고 흉터없이 잘 아물고 새살이 빨리 돋아난다.
특히 플라보노이드와 사포닌 그리고 타닌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달인 물이나 신선한 즙을 내어 활용하면 탁월한 항균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독성이 없고 열을 내리게 하고 독을 풀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피가 나는 것을 멈추게 하며 산모의 젖을 잘 나오게 한다.
또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각종 통증을 멎게 하며 세균성 이질이나 장염에도 좋다고 전한다.
진통과 진정작용이 강해 두통을 안정시키는 데도 천마 못지않은 효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잇몸 염증으로 자주 피가 날 때 이 풀 달인 물로 양치 후 입을 헹구면 피가 멎고, 생즙을 내어 사마귀 위에 얹어 놓으면 쉽게 제거된다고 한다.
정성껏 말렸다가 차로 끓이면 은은하고 연한 연두색이 나고 맛은 죽엽차(竹葉茶)와 흡사한 맛을 즐길 수 있다.
| ▲ 장 호 봉 약용식물관리 강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