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제2인자인 장성택이 처형된 이유는 박수를 건성건성 쳤다는 것이라고 한다.


 아닌게아니라 행사화면을 보니 다른 사람들에 비해 약하게 치는 게 보였다. 그렇다고 그 위치에 있는 나이 든 노인이 그 정도로 치면 됐지 얼마나 더 힘차게 치라고 하며 혹여 그렇다 하더라도 죽이기까지 하나?


 물론 박수치는 것 말고 다른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을 것이다. 박수를 건성건성 치듯이 김정은 체제에 비협조적인 여러 언행들이 있어서 눈엣가시처럼 보였다가 수상한 낌새를 찾아내고는 가차 없이 처리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의미의 비유지만 우리나라도 여러 곳에서 이렇게 건성건성 일을 처리하는 것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지난해 일어난 세월호 사건은 배를 들여오는 것에서부터 개조, 선적, 운항, 심사, 구조, 사건처리 등 모두 건성건성 처리한 것으로 판결됐다. 이러한 일들이 어디 세월호 사건뿐인가?


 어떻게 된 게 이제는 무슨 일이든지 책임지고 일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냥 건성건성 일을 하고 하루하루 시간만 때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까운 예로 직장의 화장실 청소도 용역을 줘야만 하고, 그것도 보이는 곳만 청소하지 통로나 난간 등은 몇 달이 가도 거미줄이 그냥 있으며, 현관 청소를 지시하면 사람이 들락거리는 곳만 대충 청소하고 만다. 조금이라도 내 소관이 아니다 싶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다.


 어느 바닷가에서는 사람이 물에 빠져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있는데, 해변가의 의자에 앉아 책을 보던 사람이 힐끗 쳐다보고는 그냥 계속 책을 읽는 바람에 구조되지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게 무죄라는 법원 판결이다.


 개인주의가 극도로 발달된 모습이긴 하지만 참으로 무섭기까지 하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우리는 모두 남의 탓만 했다.


 그러나 정말 나는 잘 했나?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는 날마다 법을 어겨왔고 나중에는 어긴 줄도 모르며 살아왔다. 사건이 터지면 그때는 모두 손가락질을 하지만 그것은 다름 아닌 자기를 가리키는 손끝이다.


 왜 이렇게 변질됐을까?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자기 일을 책임감 있게 하라고 배웠고 그렇게 하려고 애를 썼다.


 선공후사라 해서 개인 일보다는 공적인 일을 먼저 생각했다. 결근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몸이 아파도 출근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만 아파도 결근, 집에 조그마한 일이 생겨도 조퇴를 쉽게 한다.


 어떤 사람은 법적으로 허용된 결근과 휴가 등을 일부러 모두 다 찾아먹고도 법을 잘 지키는 합법적 교사라고 떵떵거리기까지 한다.


 건성건성 일을 한다고 북한처럼 처형되는 일은 없겠지만, 이는 무책임과 소극적임을 뜻하는 것이어서 어딘가가 썩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나중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할 일로 되돌아올 것이 뻔하다.


 지금 사회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대형 사고들이 바로 그 좋은 예다.

/이진영 단양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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