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6월 4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그제 "(우리 경제의) '샌드위치 위기'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 "일본은 앞서 나가고 중국은 (빠르게)뒤쫓아 와서 우리가 샌드위치가 돼있다"며 "앞으로 20년 후가 걱정"이라고 했다.이 회장의 걱정은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극복할 방안은 없는가. 이 회장은 '기업의 기술개발과 인재를 천재화 시킬 수 있는 교육제도'를 꼽았다. 뒤집어 보면 '샌드위치 위기'의 원인은 기업이 기술개발을 등한히 하고 현 교육제도가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특히 획일적인 교육제도를 문제 삼았다. 교육제도를 '전반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이 말하는 교육제도의 개선 방향은 다양성, 창의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요약된다.빌 게이츠가 한국의 교육제도 아래서 공부했다면 과연 오늘날처럼 성공했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창의력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헌데, '3불정책'으로 대표되는 획일화, 평준화의 덫에 걸려 있는 상황에서 그게 가능하겠는가.
서울대는 최근 내년부터 이공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우열반 편성'을 수학에 이어 과학과목 전체로까지 확대한다고 했다.

무엇을 의미하는가.같은 학교, 같은 계열에 입학한 학생들인데도 학력 편차가 심해 한 강의실에서 더 이상 똑같은 수준으로 강의를 할 수 없게 된 때문이다.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더하다.

그런데도 교육인적자원부는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3불정책 고수'만을 금과옥조처럼 껴안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획일화를 강요하는 평준화는 이미 평둔화(平鈍化)라는 비난을 받은 지 오래다.

우수한 학생들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시키겠다는 걸 왜 막으려 하는가. 수월성 교육을 단순히 '귀족 교육'이라고 비판할 게 아니다. 중등교육부터 다양성을 인정하고, 대학에는 학생 선발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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