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가죽 가공해 부드럽게 만드는 기법

▲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가죽은 인류의 탄생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애용되었다. 가죽은 그 특성상 무두질 등의 처리를 하지 않으면 사용하기 어려워 일찍부터 무두질하는 기술이 발달되었다.
무두질이란 날가죽(生皮)을 가공하여 기름을 빼고 부드럽게 처리하는 기법을 말한다.
가죽은 벗겨낸 상태로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썩어서 버려야 하지만, 적당히 처리하면 내수내열성(耐水耐熱性)을 갖게 되어 건조시켜도 딱딱해지지 않고 물과 접촉해도 썩지 않아 여러 곳에 쓸 수 있다.
가죽의 처리는 날가죽을 석회수에 넣어 털을 빼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날가죽 1매에 필요로 하는 횟물은 3 양동이 분량의 물에다가 생석회 ⅓포와 까끄라기가 없는 쌀겨 5되를 넣어 만든다.
석회를 넣은 회통은 큰 자배기나 독을 사용하는데 여기에 털이 있는 날가죽을 넣고 하루에 두·세번씩 뒤척여 주면서 일주일 정도 담가두면 가죽 표면이 부옇게 흐물흐물 해지고 손으로 문지르면 털이 쓱쓱 벗겨진다.
근래에는 석회물 대신에 양잿물과 기타 화공약품의 용액으로 하루 만에 처리한다. 이때에 가죽을 꺼내어 깔판위에 걸쳐놓고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무딘 깎이칼로 쭉쭉 밀어서 털을 빼내거나 안쪽의 기름기를 제거하는 작업을 한다.
기름기를 훑어낸 다음에는 가죽을 편편한 깔판 위에 올려놓고 넙적한 대패로 가죽의 내면을 깎아내는데 앞에서 깎이칼로 한 작업이 털과 기름기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면, 대패에 의한 작업은 가죽의 연약한 내피를 깎아내어 사용하고자 하는 용도에 따라 알맞게 만드는 작업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처리된 가죽은 횟물에 담가 두었던 탓에 가죽은 부풀어 있고, 몹시 뻣뻣한 상태가 되어 있으므로, 이를 닭똥물에 이틀가량 담가두어 가죽이 원상태로 부드러워 지게 한다. 이것은 오늘날의 염기성 황산 크롬 용액을 사용하는 피혁처리법에 해당하는데 예전에는 닭똥에서 그와 유사한 약효를 얻었던 것이다.
물독에 닭똥가루를 담가두면 청주빛의 물이 우러나는데 그 웃물만을 모은 것이 가죽을 부드럽게 하는 닭똥물이다. 여기에다가 가죽을 담근 뒤 이틀정도 지나면 회분과 기름기가 제거되어 한결 부드러워진다. 이러한 작업이 끝난 뒤라도 가죽을 그대로 사용하면 가죽이 검게 되어 보기에 안 좋은데 이러한 현상을 없애기 위해 예전에는 현미쌀겨에 버무려서 일주일 가량 나두었다가 뽀얀 물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헹군 뒤 말려 사용하였으나, 근래에는 가죽공장에서 화학약품인 알칼리로 이물질을 제거하고 산(酸)으로 가죽의 빛깔을 산뜻하게 처리하여 쓴다. 마른 가죽은 접어두었다가 사용할 때 하루쯤 물에 담가두어 눅눅해지면 사용한다.
우리 고유의 가죽처리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율이 좋지 않아 요즘과 같은 산업화, 대량생산화 시기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첨단과학기술이라는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공해, 오염으로 얼룩진 가죽처리의 현실로 비추어 보아 우리 선조들이 천연물질을 이용한 과학 슬기를 되살려 좀더 깊은 연구를 하면 현대 피혁가공 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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