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옥 동화작가, 전 주중초 교장

▲ 진영옥 동화작가, 전 주중초 교장

설 명절을 앞 둔 어는 날, TV에선 패널들이 나와서 시댁 가는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이는 올 설 연휴는 5일이라 꽤나 긴 일정이니까 며느리가 내려 왔다가 어느 날 올라가던지 먼저 얘기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은근히 며칠 있다가 가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또 그이와 의견이 엇갈리고 말았다. 필자는 되도록이면 딸들만 있어 외로울 테니 설날 친정으로 올려 보내자고 했는데 그이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지켜보라는 것이었다.

“아니에요. 시댁에선 한 시간이라도 빨리 나가는 것이 좋아요. 차라리 차 속에서 쉬더라도 얼른 벗어나는 게 좋아요. 나도 그랬으니까요. 당신은 여자 안 돼 봐서 몰라서 그래요.”

그러나 그이는 더 붙들어 두려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이의 기분이 살짝 나빠지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채 아침 식사가 시작되었다. 패널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계속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젊은 며느리들은 모두 시댁에 가기를 싫어했고 시어머니들은 왜 그러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저거 봐요. 아마 모르면 몰라도 다 시댁가기 싫어 할 걸요. 모르죠. 남편이 100% 다 좋아 이뻐 죽겠으면 몰라도…….”

“오늘 아침 아까부터 정말 당신 왜 이러지? 그럼 내가 100% 맘에 안 들어서 당신은 시댁에 가기 싫었단 말이오?”

순간 그이의 눈에 힘이 들어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머, 그게 아니고 장난으로 한 소리인데…….”

“아니, 장난도 한 두 번이지 아까부터 싫다 싫다 하면서 나를 세뇌시키는 거요?”

아까부터 시댁이 싫다고 하면서 자기를 세뇌 시켰다는 것이었다. 순간, 오해는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이미 넘고 말았다. 아침 뉴스에서는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100여개의 차량이 추돌사고를 일으켰다는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모두가 안전거리 미확보로 일으켜진 사고라고 한다. 부부지간에도 안전거리가 있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심하다가도 종종 잊어버려 가끔 추돌사고를 일으키곤 한다. 때로는 쌍방 과실로, 때론 일방과실로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켜 수습하느라 애를 먹기도 한다. 그런데 요즈음 추돌사고가 더욱 잦아졌다.

추돌사고가 일어난 며칠 후, 이번엔 추돌사고 없는 안전하고 행복한 여행을 하고 오리라 다짐을 하고 예정되어 있던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그 나라의 재래시장을 돌아보고 오는데 뒤에서 따라 오던 그이가 보이질 않았다. 한참 후에 나타난 그이의 손에는 꽃목걸이가 들려있었다. 자세히 보니 하얀 꽃을 실로 엮어 만든 꽃 목걸이였다. 호텔방문 앞에서 우리 네 쌍의 부부는 후레지아 꽃향기보다 더 진한 향기 나는 꽃목걸이를 서로 걸어 주며 향기 나는 삶을 살기로 약속을 했다. 그 꽃향기에 취해 4박5일 동안 한 건의 추돌사고도 일으키지 않고 안전하고 행복한 여행을 다녀왔다.

꽃향기에 취해 행복한 여행을 했듯이 앞으로도 부부 안전거리 확보로 추돌 사고 없는 행복한 삶을 살리라 다짐해 본다. 방심은 금물, 쌍방과실이든 일방과실이든 조심하여 인생의 핸들을 돌리려 한다. 향기 나는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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