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기와는 모래가 섞인 점토로 점토판을 만든 뒤 암·수키와 물레를 사용하여 일정한 모양(수키와·암키와·막새기와 등)으로 만든 다음 햇볕에 잘말려서 가마에서 높은 온도로 구워낸 지붕을 덮는 건축 재료이다.
기와는 언제부터 사용하였는지 알 수 없는데, 선사시대 막집이나 움집의 지붕을 잇는데 가죽이나 풀·나무껍질 등이 이용되었으나, 비·바람에 오래 견디지 못하여 자주 갈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토기제작기술 발달에 힘입어 방수효과나 강도가 높은 반영구적인 기와를 사용하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풀이나 나무 같은 재질이 기와로 바뀌면서 지붕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기와 밑에 흙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가느다란 서까래나 기둥 등으로 지탱하기 어려워졌으므로 집의 뼈대가 튼튼하게 바뀌게 되었다.
그만큼 건축기술이 발전하였으며 나무와 나무를 짜 맞추는 결구법의 발달을 가져왔다. 그래서 주심포·다포 등의 공포형식이 나타나고, 기둥을 보강하기 위하여 배흘림기둥도 나타나게 된다.
기와는 원래 '디새'라고 불렀다. 디새는 '훈몽자회(訓蒙字會)'나 '물명고(物名考)' 등에서 '디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으로 보아 조선조 말엽까지 통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새'는 지붕을 덮는 재료로, 풀을 의미한다. 디는 '디다'라는 낱말의 옛말이며, '주조(鑄造)하다'라는 의미이다. 곧 '디새'는 찍어 만든 지붕재료라는 뜻이므로, 기와를 찍어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굽기 전 상태의 디새를 '날(生)디새'라 한다.
기와는 그 모양과 쓰임새에 따라 평기와(암·수키와), 막새기와(암·수막새·초가리), 망새기와(치미·용두) 등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고, 또한 소소와(素燒瓦)와 유약와(釉藥瓦)로 구분된다.
기와는 1000℃ 이상의 높은 온도로 구워 겨울에 얼어서 터지는 일이 없고, 강도 역시 750kg/cm 이상이으로 밝혀졌다.
또한 흡수율이 2% 이하이므로 눈과 빗물이 새지 않고 겨울에 얼어 터지지 않아 건물에 쓰인 나무가 썪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기와의 단열효과로 여름의 더운 공기나 겨울의 찬 공기를 막아주어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지붕을 덮는 건축재로 널리 이용되었다. 동시에 건물의 경관과 치장에도 사용되었다.
또한 기와는 우리 전통사회의 고급 건축자재로 우리의 독특한 환경 및 다른 건축자재들과 걸맞게 개발하여 쓴 것으로 그 내구성이 대단히 길어 그 우수성은 지금의 시멘트로 만들어지는 개량 기와와 비교할 가치조차도 없다.
전통기법으로 만들어 지는 기와의 과학분석에서도 전통가마에서 구운 기와가 개량된 기름가마에서 구워내는 기와보다 더 우수함이 입증되고 있다.
또한 암키와와 수키와를 만들 때 기하학적 분할이 이루어지는데 암키와를 제작할 때 원통형으로 만든 다음 정확하게 4등분하며, 수키와를 만들 때에는 원통형으로 만든 뒤 정확히 2등분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장인들이 원을 이등분할, 사등분할하는 기하학적 분할을 응용한 과학슬기까지 엿볼 수 있다.
요컨대 기와는 단순한 건축부재가 아닌 우리 겨레의 과학성과 실용성이 담긴 과학기술의 산물이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