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민 사회부장

[충청일보]서울의 '명동', 부산 '광복동', 대구 '동성로', 광주 '충장로'.
 

전국 각 도시의 대표 '거리'다.
 

충북 수부도시 청주엔 '성안길'이 그 반열에 올라있다.
 

과거에는 '본정통'으로 불리던 곳이다.
 

연인, 친구사이 등 젊은이들의 낭만과 추억이 어린 장소다.
 

하지만 시 규모가 커지면서 상권분산으로 이곳의 활기는 예전만 못할 정도를 넘어 쇠퇴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불황마저 겹쳐 빈 점포도 눈에 띠게 늘었다.
 

특히 백화점, 아웃렛 등 대기업 매장들이 잇따라 개점하면서 청주지역 유통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다는 관측이다.
 

이런 영향으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정도로 잘나가던(?) 브랜드 점포들마저 최근 성안길을 떠났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청주시상권활성화재단의 타운매니저를 지낸 강용배 박사(경영학)는 "신규 대형점포가 생기면 지역의 소비시장이 커지는 게 아니라 점포(상권) 간 '나눠먹기식'으로 매출이 분산된다"고 설명한다.
 

이런 와중에 청주시가 추진 중인 내덕동 옛 연초제조창 부지 개발사업('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선도사업 활성화계획')에 대규모 상업시설이 들어설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근 상인들의 고심이 커졌다.
 

거리상 불과 2~3km로 가깝고, 과거 롯데영플라자와 현대백화점도 개점 당시 기존 상권과 중복되지 않는 브랜드를 입점시킬 것이란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처럼 이곳에도 결국 동종 브랜드가 들어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청주시가 당초 계획대로 연초제조창 부지에 문화와 공예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청주시는 주민의견 수렴차원에서 공청회를 열었지만 따가운 질책만 쏟아졌다.
 

다행히 이승훈 청주시장이 나서 지난 28일 지역 상인대표들을 만나 이들의 우려내용을 경청하고 대기업의 상업시설을 유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시장은 시 담당 공무원에게 상인들과의 대화 부족도 지적했다고 한다.
 

지역 상인들은 이 시장의 이런 태도에 안도하는 눈치다.
 

상인들의 숙제도 남았다.
 

모 시청간부가 이번 논란과정에서 "상인들은 그동안 (자구노력, 시정발전 기여 등)한 게 무엇이 있느냐"는 질타를 받고 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1000여명 이상의 고용창출과 불우이웃을 위한 봉사활동 등을 청주시가 몰라준다는 푸념이다. 
 

지역의 중산층인 그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권(생존권)보호에 앞서 지역사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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