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 김미혜ㆍ충북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김미혜ㆍ충북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지난 5월에 남북 학술용어 비교집 편찬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하여 평양을 방문하게 되었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접대원동무가 낭랑한 목소리로 "낙지입니다" 라고 하면서 요리를 내 앞에 내어 주었다. 평소에 낙지를 좋아하던 터라 순식간에 젓가락으로 낙지를 가득 덜어 입속에 넣었는데 낙지 맛이 영 텁텁하기 짝이 없었다.

낯선 곳을 방문하여 긴장한 탓에 입맛이 깔깔해서 그런가 보다하고 익숙하지 않은 맛의 낙지를 계속 먹었다.

" 김 선생! 김 선생은 오징어를 아주 좋아하는가 봅니다" 낙지 한 접시가 다 비워질 때 즈음 함께 갔던 노 교수님께서 말씀을 건네셨다. "어! 오징어는 오늘 메뉴에 없어요. 이건 낙지에요. 그런데 북측 낙지는 남쪽보다 쫄깃 거리지가 않고 텁텁하네요" 마치 내 대답이 꼭 그렇게 나올 것을 이미 알고 계셨다는 듯이 빙긋이 웃으시며 어이없는 응수를 해 주셨다.

"허허, 김 선생! 그건 낙지가 아니라 오징어요 남측에서 오징어라고 하는 것이 이곳 북측에서는 낙지라고 하고 남측에서 오징어라고 하는 것이 북측에서는 낙지라오"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기도 하고 사기를 당한 것 같기도 해서 순간 멍 한 기분은 아직도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기도 하겠다. 남북이 분단 된 것이 60년이 다되어 가는데 게다가 서로 왕래도 없었던 날들이 허다한데 언어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 한 것 아닌가?비단 언어만 다른 건 아니다. 다른 생활 다른 체제 속에서의 격리되었던 일상생활 속에서의 문화는 또 어떻겠는가?

이번에 내가 했던 일도 남과 북의 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우려를 대비하여 진행했던 일이었으니 말이다.

굳이 6·25를 경험해 보지 않았어도 내 가족과의 생살이 찢어지는 아픔을 간직하게 되는 생이별을 경험해 보지 않은 나다.

하지만 한 때 같았던 우리가 달라져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한 팔을 자유로이 올리지 못하는 오십견 만큼이나 고통스럽게 들이닥치곤 한다.

너무 달라진 모습으로 하나가 되면 오히려 힘이 들 수 있으니 조금씩 서로를 맞추어야 할 시기가 지금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채팅이 어떤 것인지 상상만 하고 있으며 '방가방가' 라는 단어를 안다는 것에 대하여 어려운 고사성어 외우고 있는 어린 학생처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우리가 가끔 북에서 필요로하는 관련서적을 보내주면 같은 한글인데도 불구하고 용어를 이해하지 못해 내용파악이 어렵다고 하는 이야기를 전한다.

다른 분야와는 다르게 pc용어는 외래어가 많아서 남북이 크게 다르지 않을꺼라는 생각에서 이번 용어비교 작업을 시작했는데 조사과정 중에 너무나도 다른 용어에 대해 놀라기도 하였다.

특히, 일상용어에서는 외래어를 그대로 차용해서 쓰는 우리와 외래어를 우리말화 시켜서 사용하는 북과는 그 차이의 정도가 훨씬 심했다.

예를 들어 인터넷 검색은 '망유람', 네티즌은 '망시민', 온라인 게임은 '직결유희', 다운로드는 '내리적재'로 인터넷 싸이트에 뜨는 팝업창은 '튀어나오기 창'으로 부른다. 이처럼 남북한 컴퓨터 용어가 서로 이해하지 못할 만큼 많은 차이가 나고 있다.

다행히도 학술적인 용어는 처음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얼마 전부터 it관련 학술 서적을 북으로 보내면서 최근에 학술용어 부분에서 만큼은 그 차이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우리는 흔히 6월을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한다. 21세기를 맞이한 지 여러 해 지난 시점에서 21세기적 사고로 호국보훈을 리모델링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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