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득수기자] "저는 대전의 소농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중학 시절 담임선생님께서 칠판 한 귀퉁이에 늘 명언 한 구절씩을 써두셨습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과 토마스 카알라일 등 학자들이 '인생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한 명언들이었습니다.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서울 진학이라는 도전을 고민할 때, 제 등을 밀어준 것이 '보다 넓은 세계를 바라보고 살라'는 담임선생님의 칠판 귀퉁이 구절이었습니다."

송석구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77·사진)이 이 장학재단을 소개하는 브로셔에 쓴 인사말은 이렇게 시작된다. 송 이사장은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중학교를 졸업했다. 서울 중동고에 진학하면서 고향을 떠났지만, 중학교 동창생들 대부분이 대전고에 진학했기 때문에 소위 출세한 유명인사 동창 친구들을 많이 갖고 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의 후손으로 대전에서 24대 째 살아온 완전한 대전 토박이다. '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살라'는 담임 선생님의 글귀가 그를 서울 유학으로 이끌었으니 교육의 중요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좋은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인생의 행로를 결정하는 계기를 가졌다면 좋은 교육을 받은 것이라고 할 만 하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교수가 돼야겠다는 생각 하나만 갖고 끈질기게 노력했다"면서 "뭐든지 목표를 세우고 끈기있게 해야 한다. 한 우물만 파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재삼 강조했다.

얼마 전 충청출신 유명인사들 모임인 백소회를 창립했고, 설립 당시부터 총무를 맡아 지금껏 모임을 이끌어 온 임덕규 전 국회의원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제헌국회의원 선거를 보고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일심으로 노력했다"는 얘기를 소개한 바 있다. 송 이사장도 그와 꼭 같은 말을 하는 걸 보니 성공한 인물들은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이를 실현하려는 의지가 남달리 강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송 이사장은 '총장 전문가'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할 정도로 오랫동안 여러 대학에서 총장을 맡아 학원 살림을 꾸려왔다.

"동국대학교 총장을 두 번에 걸쳐 8년을 했고, 동덕여대 총장을 잠깐 지냈어요. 그리고 가천의대 총장을 4년 했으니까 총장만 12년 넘게 했네요. 동국대 총장 재직 중에는 경기도 일산에 부지 24만7933㎡(약 7만5000평) 규모의 종합병원을 건립했고, 대학 내 교육개혁을 통해 대학의 자생능력을 확보하는 기반을 구축했지요. 또 90년대 당시에 500억 원 이상의 학교발전기금도 조성했어요."

대학교육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대학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완벽한 직업교육을 하든지 연구개발 학문발전 기능을 하든지 성격이 분명해야 합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곤란합니다. 한국 대학의 75%가 사립인데 일부 사학에서 분규가 발생하는 원인은 설립자가 대학을 사유물로 생각하고 세습화 하며 족벌 체제로 운영하기 때문이죠. 대학은 끊임없이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바탕으로 교육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대학총장 뿐 아니라 부산에서 굴지의 언론사 대표이사 사장까지 맡아 경영한 경력도 갖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장을 맡아 우리나라의 망국적인 지역감정 극복과 통합에 기여했다. UN산하 국제기구인 밝은 사회 한국본부 총재도 지냈다. 한 마디로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열정적인 활동가이다.

올해 희수를 맞은 진짜 할아버지 나이가 됐지만 그는 지난해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에 취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장학재단을 이끌고 있다.

"우리 장학재단은 삼성 이건희 회장께서 2006년 사회에 환원한 8000억원을 기금으로 만든 재단입니다. 저소득층 중고생에게는 꿈장학금을, 대학생에게는 희망장학금을 연간 8000명에게 지급하고 있어요. 또 외국의 가난한 나라 학생들에게도 우리가 연간 6000여 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고, 배움터라고 해서 다문화가정 출신과 북한이탈주민 자녀들에 대해서도 교육 프로젝트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에 노력하고 있는 데 대해 송 이사장은 만족을 표했다. 성적을 유지해야 계속 주는 다른 장학금과 달리 한 번 선정되면 학업에 대한 의지만 있을 시 지속적인 지원을 한다는 점, 그리고 교사 멘토를 연결해 인성교육까지 이뤄지도록 설계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충청권의 발전을 위해 송 이사장은 "충청도 사람이다, 대전사람이다라는 고정 관념을 버려야 충청도가 발전할 수 있다"고 다소 역설적인 논리를 폈다. 충청인이라는 인식에 갇히면 충청인의 특징이 발휘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충청권이 대한민국의 중원에 위치해 있어 충청도 사람들은 균형 감각이 뛰어난 특질을 갖고 있어요. 그러나 중원의 힘이 강하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유리한 지정학적 장점도 있지만, 약하면 중원을 차지하려는 외부의 끊임 없는 침입을 받게 됩니다."

송 이사장은 충청권을 수도권화 해야 한다는 독자적인 충청 발전론을 내놓았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철도를 통한 교통망을 갖춰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서울에서 장항까지 반나절에 왕복할 수 있는 서해안 철도를 놓아 공주부여권, 서산·태안권의 역사문화 휴양지를 개발하고, 충주·청주·단양·제천 방면으로도 철도노선을 깔아 물과 산이 어우러진 세계적 관광지를 역시 반나절에 갈 수 있게 한다면 충청도가 수도권이 되는 겁니다. 지자체도 충남·북과 대전을 합쳐 하나로 통합한다면 발전이 더욱 빨라질 수 있어요."

송 이사장은 출·퇴근이 가능한 상황이 되면 충청권의 발전은 급속히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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