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볼'만으로 감독에 벌금 부과 사실상 첫 사례

'빈볼 논란'에 따른 선수단 관리 소홀로 KBO(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벌금 300만원을 부과받은 김성근(73) 한화 이글스 감독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김 감독은 15일 KBO 상벌위원회 결과를 통보받은 뒤 "벌금은 낼 수 있다. 하지만 상벌위원회의 결론에 형평성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앞선 사례와 다른 결론을 내지 않았나. 앞으로 빈볼 논란이 생기면 모두 더그아웃 지시로 판단하고, 감독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KBO는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12일 부산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몸에 맞은 공을 던져 퇴장당한 이동걸(32·한화 이글스)에 대한 징계수위를 정했다.

상벌위원회는 이동걸에게 출장정지 5경기와 벌금 200만원의 제재를 부과했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감독과 구단에도 징계를 내렸다.

KBO는 "선수단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김성근 감독에게 제재금 300만원, 한화 구단에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구단에 벌금을 부과한 건 지난 7일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빈볼, 폭행, 도핑규정위반 등의 경우 해당 구단에도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KBO가 감독에게 '선수단 관리' 문제로 벌금을 부과한 건 세 번째이며, 2003년 이후 12년 만이다.

첫 사례도 김성근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LG 트윈스 사령탑이던 2002년 6월 21일 KIA 타이거즈와 잠실 경기에서 빈볼 시비에 이어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후, 김성한 당시 KIA 감독과 함께 KBO로부터 벌금 5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2003년 8월 9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LG전에서 빈볼 논란에 이은 폭력 사태가 일어나자, KBO는 김응용 삼성 감독과 이광환 LG 감독에게 각각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두 번의 사례에서는 빈볼 후 선수단의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사실상 빈볼만으로 감독과 구단에 벌금을 부과한 건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김 감독과 한화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벌금보다 '더그아웃 지시로 빈볼을 지시했다는 롯데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들어준 것'이란 아쉬움 때문이다.

한 야구인은 "한화 더그아웃을 겨냥한 이종운 롯데 감독의 강경 발언이 논란을 키운 부분이 있다. 한화로서는 상벌위원회 결과가 아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또 앞으로 빈볼 논란이 일어날 경우 지시 여부를 떠나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상황을 부를 수도 있다.

상벌위원회에 참석한 관계자는 "절대 감독의 지시로 빈볼이 나왔다는 걸 인정한건 아니다"며 "한 타자에게 연속해서 몸에 맞는 공이 나왔고, 두 번째 몸이 맞는 공이 나올 때는 몸쪽 공이 연이어 들어왔다. 고의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향후 이런일이 발생하는 걸 막고자 감독과 팀에도 벌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보다 이번 빈볼 논란이 크게 불거진 것도 징계 수위를 정하는 데 참고 사항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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