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헌섭교육 체육부장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에 지방 행정구역 개편을 포함시키고 원세훈 행정안전부장관이 2010년 지방 선거 전 행정구역 개편 완료 의사를 밝히는 등 정부 차원의 행정 구역 개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청주·청원 통합이 수면 위로 급부상해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통합에 나선 청주시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통합의 필요성과 정부의 지방행정조직 개편 방향에 대한 특별교육을 실시한 데 이어 도·농 통합 지역서 워크숍을 가지면서 불이 붙었다.
시는 학계·시민단체관계자와 공무원들이 통합의 장·단점을 분석, 통합 논리를 마련하기 위해 도·농 통합 우수 사례로 꼽히는 전남 여수시를 벤치마킹했다. 당시 통합에 앞장섰던 시민단체 관계자와 공무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합동 워크숍을 갖고 추진 과정과 통합 후 과제, 통합 이후의 발전상 등에 대한 분석도 했다.
통합 행정의 실무 경험을 전수받고, 통합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방안 등을 연구해 보자는 취지로 실시한 것이다. 앞으로 종합토론회·여론조사도 예정돼 있는 등 지금까지 보여왔던 의지와는 사뭇 다르게 적극적이고 치밀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통합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청원군은 '독자적인 청원시 승격'을 선언하고 지난 3월 시승격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통합 반대라는 단순 방어에서 벗어나 '2009년 자체 시 승격'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역공에 나서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34.1%로 전국 평균을 웃돌고, 시 승격 요건인 인구 15만 명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등 자체 시 승격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과 청원 시 승격은 별개라는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청주시의 통합 추진에는 관심이 없다고 못 박고, 자체 시 승격 추진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역 발전을 가속화하는데 필수적인 시 승격을 내년에 반드시 이뤄낸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정부의 행정구역 개편 의지와는 별개로 청주와 청원이 '통합'과 '자체 시 승격'이라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청주시민이나 청원군민 상당수가 통합이나 자체 시 승격에 큰 관심이 없다. 그들에겐 '뇌사상태'에 빠진 경제 회복이 최우선일 뿐 다른 사안은 더 이상 관심사가 되지 못한다.
천정부지로 뛰는 환율에 기업들은 곡소리가 나고, 주식시장은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서, 더군다나 그동안 두번이나 추진한 통합 추진 과정에서 헛김만 빼는 결과만 나왔으니 '삼세번'째인 이번에 경제난까지 맞물린 시점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에서 대선공약인 대운하 사업이 빠지고 행정구역 개편이 추가됐음에도 국민들로부터 공감받지 못하는 점이 그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경제가 패닉 상태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 구역이 그들에게 무슨 관심거리가 되겠는가. 지금 최대의 당면 과제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일이다.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세계 경제 위기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행정구역 개편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해당 자치단체 공무원과 '감투' 쓴 일부 기득권층에 불과하다.
배가 고파 아우성인데 다른 생각이 들겠는가. 벼랑 끝에 내몰린 현재의 경제 위기 상황에선 그 어떤 이슈도 관심을 끌 수 없다.
정부의 행정구역 개편이나 청주·청원의 '통합'과 '자체 시 승격'도 지금에선 '배부른 짓'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먹고 살기조차 힘이 드는 마당에 시·군의 엇갈린 주장은 그저 공허하게 다가올 뿐이다. 지금 양 시·군은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따른 행정력 낭비보다는 당장 주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올인'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