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갑 교육문화부장

충북도내 양대 축을 이루는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에서 잇단 불협화음이 들리고 있다. 무상급식, 태양광발전시설, 누리과정, 지방교육세 전출주기 변경, 학교용지부담금 미납액 처리방안 등 갈등을 보이는 분야도 다양하다. 첨예한 대립 속 그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예산, 즉 '돈'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세간에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무상급식이다. 워낙 자주, 많이 언급되다보니 이제 '식상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도와 교육청의 협의 과정을 보면 학부모들은 속이 탄다. 도와 교육청은 '협의 중'이라고 표현하지만 밖에서 보는 도민들에겐 결국 자신들의 주머니보다 남의 주머니를 더 열어보겠다는 형국이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오, 밥을 하늘로 삼는다." 세종대왕이 재위 초기인 1419년 밝힌 말이다.

"나의 한결같은 걱정은 오직 백성의 먹을 것에 있다." 1783년 경기도지역에 큰 흉년이 들자 정조도 이 같이 말했다고 한다.

'식위민천(食爲民天·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은 그야말로 먹고 살기 힘든 시기를 지칭한 말이다.

요즘도 밥 굶는 사람이 있을 까 싶지만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아직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비단 성인들 뿐 아니라 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상급식 첫 시행에 앞서 보편적 복지냐, 시혜적 복지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이런 논란 속에서도 무상급식이 시행된 것은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밥을 굶거나 소외되지 않게 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됐기 때문이다.

이번 협의를 통해 정해지는 부담률이 민선 6기 동안 지속될 경우 수백억 원에 이르는 예산이 왔다 갔다 하는 만큼 도나 교육청으로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무상급식의 가장 중요한 의미인 '학생들의 복지'가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될 것이다.

무상급식 뿐만 아니라 갈등을 빚고 있는 다른 문제들도 '정책의 근본', 즉 왜, 무엇을 위해 시행되느냐가 선행돼야 한다. 예산 타령이나 하고 공약사업 운운하는 것은 결국 '표' 때문에 시행한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정책의 목적도 의지도 없이 그저 '장의 공약 사업 하나 추가'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도민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자체 장이 바뀌면 바로 사라질 정책은 예산만 낭비하고 '헛심'만 쓴 꼴이 된다. 처음의 목적이 퇴색된 정책은 표류하기 십상이다. 충북 무상급식 5년째, 초심(初心)을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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