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전국민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8일 오후 6시 현재 메르스 확진자는 모두 87명이다. 이날 오전 대전 대청병원에서 격리돼 치료를 받던 80대 환자가 숨지면서 사망자는 모두 6명으로 늘었다. 이날 처음으로 10대까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소아·청소년 환자가 추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조만간 확진자가 1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까지 판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불안감 결국 정부가 키워

그럼에도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학부모들의 민원에 초등학교들은 앞다퉈 휴업하는 상황까지 치닫았다. 주말인데도 유원지·동물원·영화관 등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은 텅 비었다. 아파도 혹여 모를 감염이 무서워 병원도 가지 못한 채 집 안에서 끙끙 앓고 있을 정도다. 막연한 불안감은 불신으로 표출되고 있다. 기침이라도 하면 주변에서 눈총받기 일쑤다. 심지어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된 데는 정부를 불신하는 국민들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오락가락하는 보건행정에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병원 명단 등을 꽁꽁 숨기고 일체 공개하지 않은 정부 때문에 국민들은 '괴담'에 힘없이 휩쓸려야 했다. 메르스 대응 방식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싸우는 꼴볼견도 보게 됐다.
 
이처럼 '메르스 포비아(Phobia)'는 정부 스스로 만든 셈이다. 뒤늦게라도 메르스 환자 발생 및 경유 병원 명단을 공개한 정부가 보건역량을 총동원해 메르스 불안을 조기에 해소한다는 발표에 적극 환영하면서도 보다 선제적이고 효율적인 대응 방식을 원한다.
 
보건과 복지정책 분리해야
 
국민은 메르스를 상대로 전장에 나서는 대통령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에 비로소 국민들은 안심할 수 있다. 그저 병원이나 찾고 보고를 받는 데 그치지 말고 국민들이 안도할 수 있는 책임있는 행보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시간이 메르스를 해결할 것이라는 안이한 사고는 금물이다. 대통령의 진정어린 눈물만이 메르스 비상사태를 조속히 안정시킬 수 있다. 차제에 보건과 복지를 분리하는 정책 변화도 절실하다. 앞으로 메르스 사태가 언제 또 어떠한 강력한 모습으로 대한민국을 강타할 지 예측할 수 없다. 국민건강을 최우선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대통령을 우리는 간절히 희망한다. 지금이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현장으로 뛰쳐나와 메르스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의 손을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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