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량 평년 절반도 못 미쳐
옥수수 등 밭작물 피해 우려
고령농가는 상황 더욱 심각
지자체 차원 지원대책 시급

▲ 농부 전인수씨가 충주시 중앙탑면 장천리 옥수수밭에서 마른 땅 위에 채 반도 못자란 옥수수를 가리켜 보이며 한숨 짓고 있다.

[충주=충청일보 이현기자] "저 옥수수가 자식같은 놈들인데 물을 못 대 배배 꼬이며 타들어가는 걸 보고 있자니, 내 속도 저 모양이여."
 
이른 더위와 강수량 부족으로 가뭄이 계속되면서 한창 영농기에 접어든 들녘에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충주지역은 지난달 강우량이 23.4㎜로 지난 2년간 같은 기간 평균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이달 들어서는 고작 0.2㎜에 그쳐, 말 그대로 타 들어가는 가뭄을 겪고 있다.
 
기상청 장기예보는 이달에도 이상 고온과 가뭄이 지속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어, 농민들의 타는 가슴을 더 무겁게 하는 상황이다.
 
특히 논에는 그나마 물대기를 끝마쳐 한시름 놨지만, 옥수수와 담배 등 밭작물 가뭄은 심각한 상태다.
 
9일 기자가 찾은 충주시 중앙탑면 장천리 옥수수밭에는 생기를 잃고 시들어가는 이파리 사이로 물을 대러가는 농민들의 차량 뒤에 마른 먼지가 자욱히 피어 올랐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전인수 씨(65·중앙탑면 장천리)는 "이 땅에서 옥수수 농사 지은 지 20여 년 이래 이렇게까지 가물었던 적은 처음"이라며 "옥수수가 이맘 때면 사람 키 높이 만큼 자라 개꼬리(수꽃)가 나왔어야 하는데 허리 춤까지도 못 자랐다"고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전 씨는 "개꼬리가 올라와야 순이 피고 열매가 달릴텐데, 지금 물을 댄다 해도 옥수수가 제대로 달릴지 걱정이다. 평상시 같으면 다음 달 초쯤 출하할 시기인데 옥수수를 딸 수나 있을지…"라며 밭으로 향했다.
 
이 일대 58㏊에 달하는 드넓은 땅에는 장천리 주민들이 옥수수와 단무지용 무를 이모작하고 있다.

땅 옆에 흐르는 남한강 줄기에서 가까운 일부 옥수수밭에는 띄엄띄엄 물을 댔지만, 대부분은 옥수수가 마른 땅에 반도 못자란 채 몸을 비틀고 있었다.
 
젊은 농부들은 그나마 물 댈 장비를 챙겨 작업에 나서지만, 기력이 달리는 노인들은 엄두도 못내고 일손을 구하기도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형천마을 김주운 이장(53)은 "옥수수농가 70~80호의 대부분이 계약재배를 하고 있는데, 이대로라며 옥수수를 납품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라며 "옥수수를 팔지 못하면 비료대와 인건비며 비용을 모두 떠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충주시는 예비비 5억 원을 긴급 투입해 양수용 장비를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장에까지는 아직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 이장은 "호스와 스프링클러 등 장비가 모자라 메뚜기처럼 옮겨다니며 물을 댄다"면서 "지자체에서 한시라도 빨리 장비를 지원해 때를 놓치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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