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불구 개인 발길 늘어 수급 유지
단체 예정기관 연기·취소로 감소세
혈액원 "건강 챙길 기회… 참여 부탁"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여파로 단체 헌혈은 줄어들었지만 개인 헌혈은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4일 충북혈액원 청대앞 센터에 개인 헌혈자들이 채혈하고 있다. /배훈식기자

[충청일보 신정훈기자] 세계 헌혈자의 날인 14일 오후 2시 충북 청주시 청원구 청주대학교 근처에 있는 헌혈의 집.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전국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에서도 헌혈을 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연일 매스컴에 '메르스 공포로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이곳은 쉴새없이 몰려드는 헌혈 지원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휴일인데도 일반인부터 중·고등학생, 대학생, 의무경찰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자리가 꽉 차있을 정도였다. 혹여 모를 감염에 대비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손세정제로 손을 연신 비벼대는 모습만 달라졌을 뿐이다. 이들은 메르스 여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느 때처럼 문진을 거친 뒤 소매를 걷어 부치고는 침대 위로 올라섰다.

세계 헌혈자의 날이라고 해서 더 많은 기념품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헌혈을 마친 의경들의 손에 들린 빨간 플라스틱 그릇에는 초코파이와 영화 티켓이 전부였다. 

대기 중이던 김현희씨(20·여)는 "메르스 공포는 별로 없다. 항상 하던 것이라 그냥 왔다"며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평소와 별반 다른 모습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충북혈액원이 안심하는 것은 아니다. 개별 헌혈자는 그나마 평소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단체 헌혈은 하루가 멀다하고 취소가 줄을 잇기 때문이다.

청주대 앞 센터 책임 간호사 고혜정씨는 "충북에서는 메르스를 우려할 만한 확산세가 없어서 그런지 다른 지역처럼 헌혈의 집을 찾는 지원자가 크게 감소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헌혈의 집도 조금씩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충북혈액원에 따르면 올해 6월1일부터 12일까지 충북지역 헌혈지원자는 301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06명보다 9%(293명 ↓) 감소에 불과했다. 이는 단체 헌혈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기준으로 충북에서 예정됐던 단체 헌혈 예정기관은 모두 45곳(직장단체 20, 고등학교 25개교)으로 현재까지 20여 곳이 예약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이들 단체 대부분은 메르스가 잠잠해지면 다시 헌혈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충북혈액원 관계자는 "충북의 경우 아직까지는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지만 단체헌혈이 연기·취소되는 만큼 개별 헌혈 지원자들이 헌혈의 집을 많이 찾아줘야 한다"며 "헌혈과 메르스는 전혀 연관성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많이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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