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

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열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관심의 대상이 된 지도 오래다.

이러한 현상을 인구 밀도가 높은 지형학적인 측면을 감안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는 사람도 없진 않다.

혹자는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내 자식만큼은 남에게 뒤져서는 안된다는 경쟁심의 불길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학부모 사이의 경쟁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치열하고 과열된 모습을 보인다.

저 집 아이가 학원 세 곳을 다니면 우리 집 아이는 네 곳을 다녀야 맘이 놓인다.

언제부턴가 교사의 체벌은 매스컴을 탈 정도로 특이한 일이 되었으나 사설 학원의 체벌은 오히려 관대한 편이다.

그것도 학부모의 묵인 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이것은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불신감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불신감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교사에게 있다 하겠으나 불신 풍조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일전에 서울시교육청은 한 번이라도 10만 원 이상의 촌지를 받은 교사를 중징계 하겠다는 이른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시비를 걸 사람은 없겠으나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해당 교육청은 이 제도 시행의 일부로 이른바 촌지 동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영상에서는 학부모와 교사가 촌지를 주고받은 장면을 묘사해 마치 부정부패에 연루된 범법자 취급을 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학부모나 교사들의 항의가 빗발쳐 결국에는 다른 영상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영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한 아이가 교실에서 울고 있는 설정에서 '교육은 따뜻해야 합니다, 교육은 공평해야 합니다, 교육은 깨끗해야 합니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음흉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학부모와 교사가 선물과 촌지를 주고받는 것이다.

아직도 촌지를 수수하는 교사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교사를 잠재적 촌지 수수자로 낙인을 찍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오직 사명감 하나로 묵묵하게 교단을 지키고 있는 교사에 대한 모독이다.

교사를 지원해야할 교육청이 오히려 교사의 사기를 꺾고 품위를 짓밟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사의 자존심이 바로 설 때 우리 교육을 올곧게 세울 수 있다.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며 교육 만에 우리의 미래라 생각하는 교사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열악한 교육환경에도 불구하고 교육에 희망을 걸고 밤잠을 설치며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는 참스승을 대할 때마다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우리 사회에 이들을 신뢰하고 격려의 박수를 보낼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될 때, 우리 교육의 미래는 결코 어둡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