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올 상반기 국민들의 마음을 다독여 준 최고의 말과, 반대로 속을 박박 긁은 최악의 말을 발표했다. 최고의 말은 지난 한 달여 온나라를 뒤흔들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관련된 발언으로 서울삼성병원 간호사가 병원 식당 게시판에 붙여놓은 '그래도 우리는 환자 곁을 지킬겁니다'가 차지했다. 모두가 그 질병을 겁내 뒤로 물러설 때 자신이 맡은 일을, 현재의 자리에서 묵묵히 지켜나가려는 전문인의 당찬 심정이 담겨있다. 마음을 짠하게한다.
 
반대로 최악의 말 역시 메르스 관련 발언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의 '국민 300만 명은 감염돼야 비상사태'가 불명예스런 1위에 올랐다. 국가 비상사태에 버금가는 대혼란이 촉발됐음에도 현실을 외면한 맘 편한 소리로 가뜩이나 힘겹게 질병과 싸워나가는 국민들을 허탈하게 했다. 이밖에도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어 들어간다'는 한 소방대원의 말이 좋은 말 2위로 꼽혔고, '급식비 안 냈으면 밥 먹지 마'라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감의 몰인정한 발언이 안 좋은 말 2위에 들었다. 좋은 말 1, 2위에 들어간 말 모두가 '책임'과 관련된 것들이다. 좋은 말 3위인 '약속은 모든 신뢰 관계의 첫걸음'이라는 것도 결국 행동으로 책임지라는 것이다. 안 좋은 말 1, 2위 역시 공복(公僕)으로서, 교육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않은데서 나왔다.
 
충북도의회가 예결위원회 구성을 놓고 막말까지 주고받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한 끝에 파행 운영되고 있다. 예결위원장 자리를 놓고 "우리가 계속 해야겠다"는 새누리당과 "우리한테 달라"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부딪히다 결국 새누리당이 차지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에 반발해 의회 운영을 보이콧했다. 이 과정에서 '사기꾼' '뒤통수 때리기'같은 향기롭지 못한 말들이 난무했다. 최악의 말로 꼽힐만한 것들이다.
 
결국 8일부터 시작된 예산 결산·검사가 여당인 새누리당 위원들만 자리를 지킨 채 진행되는 반쪽짜리 위원회가 됐고 이는 이틀째인 9일에도 이어졌다. 충북도의회가 뒤뚱대던 9일 그 시간에 지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문장대온천 개발을 반대하는 범도민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의 입장 발표가 도의회 건물 앞에서 있었다. 도의회가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그 시간에 도민들은 도민 대표기구 앞에서 자신들의 환경권리를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건물 안에서는 도민들을 외면하고, 건물 밖에서는 도민 이익을 대변하는 몸부림이 대조를 이뤘다.
 
지방의회는 주민들을 대신해 집행부를 비판·견제하며 더 나은 지방자치를 실현하고,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라는 책임을 부여받았다. 지방의회가 대의기구로서 갖는 권한도 이 책임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민들이 쥐어준 것이다. 그런데 충북의 수부(首府)라고하는 충북도의회가 이런 기대를 외면하면서 1년 전 보여줬던 꼴 사나운 모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2014년 바로 이때도 원 구성을 놓고 여·야가 지금과 똑같은 판박이 이해 다툼으로 파행 됐었다. 악습을 거듭하고 있는 충북도의회가 과연 광역의회로서의 위상을 갖고있는건지 묻지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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