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KBO리그 전반기, 그 중심에 한화 이글스와 김성근(73) 감독이 있었다.

3년 연속(2012∼2014년) 최하위에 그친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성근 감독은 모든 에너지를 쏟아 팀을 조련했고, 매 경기 단기전처럼 치열하게 싸웠다.

하지만 늘 단단함으로 무장한 건 아니었다. 김성근 감독은 예전보다 한결 부드럽게 선수들의 마음을 매만지면서 강한 신뢰를 쌓았다.  

한화 야구는 2015년 KBO리그 최고 흥행 상품이 됐다. 한화 야구가 펼쳐지는 곳에 사람이 모였다.  

김성근 감독은 17일 "팀을 처음 만났을 때 정말 고민이 컸고, 스프링캠프부터 부상자가 나와 고민이 더 커졌다. 모든 게 물음표였다"며 "전반기는 그 물음표를 지워나가는 과정이었다"고 전반기를 총평했다.  

◇ 7년 만에 전반기 승률 5할↑= 올 시즌 한화는 승률 0.524(44승 40패)로 전반기를 마쳤다.  

김성근 감독은 "마지막 두 경기(15, 16일 청주 롯데 자이언츠전)가 너무 아쉽다. (5할 승률 기준) +6승 이상을 거두고 싶었는데 아쉬움을 남기고 전반기를 마감했다"며 "내 판단 미스가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한화는 시즌 시작 전 '하위권'으로 분류한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5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한화가 승률 5할 이상으로 전반기를 마친 건 2008년(56승 46패, 승률 0.549) 이후 7년 만이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그런가"라고 되물은 뒤 "나도 선수단에 힘이 붙은 걸 느낀다. 5할 승률을 지켰고, 아쉬운 순위이긴 하지만 5위도 지켰다"며 "어느 정도 성공적인 부분은 있었다. 잘 버텨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정을 돌아보면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다.  

한화는 스프링캠프 도중 주전 2루수 정근우가 턱관절을 다쳤고, 시범경기 기간에 베테랑 포수 조인성이 허벅지 부상을 당했다.  

지난해 한화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발 요원 이태양은 수술대에 올랐다. 타격에 능한 송광민도 왼 어깨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서 빠졌다.

시즌 중에도 사구에 맞은 김경언, 제이크 폭스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김 감독은 "부상자가 나오면서 물음표가 계속 늘었다"고 곱씹으면서도 "주전 선수가 이탈해도 흔들리지 않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 물음표를 지워나가는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선수단에 힘이 붙으면서 물음표를 지워나갔다. 선수들도 '어, 어' 하다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전반기를 돌아봤다.  

◇ 마리한화 열풍…"팬들께 감사하다"= 김성근 감독은 '팬들의 성원'도 한화 도약의 힘으로 꼽았다.

그는 "청주 3경기(14∼16일) 1승 2패 결과가 더 아쉬운 건, 3경기 모두 홈 구장을 가득 메워 준 팬들께 보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들 덕에 더 힘을 냈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화는 전반기 홈에서 치른 43경기에서 16차례나 만원 관중을 동원했다. 10개 구단 전체 매진은 47차례. 그중 34%를 한화가 해냈다.  

한화는 2012년에 달성한 팀 홈 경기 매진 기록(14회)을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뛰어넘었다.  

원정경기 평균 관중도 1만3천650명으로 한화가 1위다. 한화는 '마리한화' 열풍을 일으키며 전국구 구단으로 도약했다.  

인기와 관심에는 비판도 따른다.  

매 경기 치열한 승부를 벌인 한화는 불펜진, 특히 박정진·권혁·윤규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혹사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김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내부 사정은 내부 사람이 가장 잘 안다. 이를 밖에 이야기하면 변명이 된다"며 "한계를 설정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전반기에 5할 승률을 지킨 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한계라는 선을 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령탑이 중심을 잡으면서 선수들의 응집력은 더 강해졌다. 주장 김태균은 "언젠가부터 우리 스스로 '위기에 강한 팀', '위기가 오면 더 뭉치는 팀'이라는 자부심이 생겼다. 감독님께서 중심을 잡아주시니, 우리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 "한화는 여전히 위기, 후반기 투수 운영법 고민할 것"= 기분 좋게 전반기를 떠올리던 김성근 감독은 후반기를 화두에 올리자 다시 고민에 빠졌다.

김 감독은 "후반기가 걱정이다. 우리는 여전히 위기다"라며 "팀에 응집력이 생겼지만, 돌발 변수가 생기면 팀이 무너질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상자들이 모두 돌아와 '베스트 멤버'로 야구를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라고 잠시 행복한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를 돌파할 방법을 마련한다. 2015시즌 후반기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반기 막판 흔들렸던 투수진부터 다시 손볼 계획이다.

김 감독은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아졌다"며 "투수 개개인을 점검하고, 투수 전체 운용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 왔다"고 밝혔다.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김 감독은 "신인 김민우가 전반기 막판에 좋은 모습을 보였다"며 "후반기에는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기대가 되는 투수"라고 말했다.

전반기에 부진했던 배영수와 송은범도 김 감독이 꼽은 "후반기에 신이 나게 던져야 할 투수들"이다.

사실 5위 수성을 목표로 세우면, 고민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과 한화 선수들은 '그 위'를 바라본다.  

김 감독은 "최근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니 '우승'을 이야기하더라"며 "'우리 선수들이 정말 힘을 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더 힘이 났다. 위를 바라봐야 발전이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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