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경제부장(부국장)
성안길은 충북 청주에 있는 오래된 중심상가 길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성안길은 청주 읍성 안의 남문과 북문을 가로지르는 중심축이었다.
개화기 이후 이 길을 따라 지역의 중요한 관청과 은행,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중심로로 자리잡게 됐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때는 이 길을 본정통(本町通)이라고 명명했다.
본정통은 일본이 자주 붙이는 길 명칭 중 하나인데, 워낙 많은 시민들이 부르다보니 자연스럽게 본정통은 성안길을 일컫는 이름으로 각인됐다.
그러다 지난 1990년대쯤 충청일보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바른지명찾기운동'이 전개됐고, 이 때 일본식 지명인 본정통을 성안길로 바꿔 부르게 됐다.
지역민들은 성안길을 어릴 적부터 자주 찾아 흔히 '시내'라는 표현을 쓰며 약속 장소를 잡았다.
즐길거리, 볼거리, 쇼핑, 먹을거리, 마실거리(?) 등이 한꺼번에 길을 따라 만끽할 수 있어 미팅, 데이트 장소로 안성맞춤이었다.
지역민의 삶 속에서 추억의 한 장면을 장식했던 성안길.
이 성안길이 요즘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6월30일로 간판을 내리게 된 흥업백화점 일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점포수도 줄어들고 있다. 매출이 여의치 않아 임대료 내기도 벅찬 상인들은 어쩔 수 없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했던 유명 거리, 성안길에 저가 땡처리 물품을 판매하고 있는 풍경도 이제는 심심찮게 보인다.
아직까지는 10대 청소년들이나 20대 초반 청년들이 길거리를 메우고 있지만, 구매력이 따라주지 않아 늘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주 유동층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SPA브랜드점이나 유명 종합 신발 브랜드들이 입점해 다른 분위기를 연출시켜주고 있기는 하다.
또 다행스런 점 중 하나는 극장이다.
영화관만큼 소비자를 유인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드물다.
하지만 더 강력한 활성화 방안이 나오지 않고서는 언제고 구도심의 썰렁한 역사 현장으로 전락할 지 모른다.
성안길을 살리는 일에는 좀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편리한 주차, 먹을거리, 이벤트, 즐길거리가 있는 명소화 작업도 있어야 할 것임에 설명이 필요없다.
지금 한국은 지역별로 경쟁이라도 하듯 관광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성안길을 국내에서 소문난 거리, 외국인들도 가보고 싶은 거리로 만들 수 있다면, 분명 성안길은 제2의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