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전 주중초 교장 진영옥

[동화작가·전 주중초 교장 진영옥] "해피! 투게더!"

이것은 필자가 '해피!'하고 외치면 그이가 '투게더!'로 아침마다 손바닥을 마주치며 하루를 시작하는 구호였다. 서로 출근을 할 때는 바빠서 생략하고 살다가 퇴직 후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슴이 답답해 와서 차라리 즐기기로 한 필자의 제안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전화를 주고받을 때도 인사는 '해피! 투게더!'로 하기로 했다.

그 후 어느 날, 아침 일찍 운동을 다녀온 그이와 함께 식사 할 생각도 잊은채, 필자는 앉아서 마늘을 까면서 딸 애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만두라는 남편의 말도 무시하고 말이다.

"여보! 당신 밥 안 줘?"

갑자기 남편의 언성이 높아졌다.

어안이 벙벙해진 필자는 "아니, 언제 밥 달라고 했어요?" 되물었다.

"밥을 꼭 달라고 해야 주는 건가? 시간되면 먹는 게지."

그 날 이후, 그이와의 하이파이브는 중단 되고 말았다. 딱 일주일 만이다. '해피! 투게더!'는 어디로 가고 밥을 달라고 하지 않고 화를 내는 남편을 보며 '당신 때문에 내가' 하는 원망의 시간이 계속 됐다. 그런 부정의 생각들은 동무가 되어 오는지 그러기를 1년, 빵으로는 채울 수 없는 목마름의 갈증이 계속 됐다.

그러던 중, 그이와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마음을 헹구어 낼 수 있는 연수에 참여하게 됐다. 가뭄 뒤에 오는 비는 단비가 되어 갈라진 논으로 쫙쫙 흡수 되듯이 내 마음 속의 갈증도 풀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원망하던 남편을 앞으로는 하루에 한 번씩 칭찬거리를 찾아 칭찬해 주기로 했다.

나갈 때 불을 끄고 나가서 고마웠노라고, 하루 종일 건강하게 잘 놀아서 고마웠노라고 칭찬을 해 주었더니 그 칭찬은 메아리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주로 대화는 상대방의 지적과 원망에서 감사의 대화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딸아이는 생각이 바뀐 게 아니라 늙어서 그렇다고 깔깔대지만 이제는 원망보다는 이해 쪽으로 생각을 갖게 되었으니 칭찬을 먹고 사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제도 밖에 나갔다 오니 욕실의 불이 환하게 하루 종일 그대로 켜져 있었다. 그 전 같으면 '그렇지, 죽어도 바꿀 수 없어.' 원망을 했을 텐데 원망보다는 그로 인해 내가 불을 끌 수 있게 해 주니 그것도 감사한 일이요, 그 자리에 벗어 놓은 양말짝을 치우며 양말짝을 치울 수 있는 남편이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한 일이니 세상 모두가 감사한 일들의 연속이다. 감사는 또 감사를 불러 와 오늘도 건강하게 외출을 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함께 할 때 마음이 편하고 칭찬을 즐기면 부부가 화목하고 인생이 즐겁다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내일 아침엔 더 크게 '해피! 투게더!'로 하이파이브를 외칠 것이다.

1년 만에 다시 외치려는 하이파이브. '해피! 투게더! (Happy! Together!)'는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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