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행복한 농식품경영연구소장] 쌀이 절대적 식량이고 많은 양이 모자라던 시절 산 기슭 따비밭을 화전으로 갈아 겨우 농사지어 먹던 조, 수수, 메밀 등의 잡곡은 당시 하찮은 구황작물로 보릿고개를 넘고 햅쌀이 나올 때 까지 우리 조상들의 지린 배를 채워 주던 고마운 식량이었다.

아무런 땅에 아무렇게나 심어도 잘 자라주고 곡식을 맺어주던 그야말로 조상들의 얼이 숨어있어 오곡(五穀) 개념이 처음으로 존재했던 삼국시대 때부터 시대에 따라 조금씩은 바뀌어 왔지만 조, 기장은 빠지지 않고 들어갈 정도로 많은 양을 생산하고 먹어 왔던 것이 우리의 잡곡이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의 식문화를 주도하고 굶주린 배를 채워주며 우리 땅의 밭을 차지하던 잡곡들은 통일벼의 개발로 비롯된 쌀 자급을 이룬 녹색혁명과 뒤이어 불어 닥친 비닐을 이용한 백색혁명에 밀려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던 것이다.

(구황작물서 주역으로)

이처럼 우리 곁에서 멀어져만 가던 잡곡은 최근 우리에게 지구상의 생명으로 다가오고 있다.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과 지구상에 증가하는 인구증가는 식량부족사태를 몰고 와 세계인구의 9억은 기아로 허덕이고 20억은 영양 부족상태이며 이중 5세 이하의 인구가 1억 명에 달한다.

특히 이들의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에 있는 국가들이며 가장 큰 희생자들은 어린이들이다.

세계 각국들은 식량부족과 온난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벼나 밀에 비해 고온에서도 성장이 좋을 뿐 아니라 물의 요구량도 적은 조나 기장 등이 아열대 및 열대 지방에 적합하다는 판단 아래 인도를 중심으로 재배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기능성 찾아)

우리나라처럼 쌀이 남아도는 나라에서도 잡곡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데 이는 잡곡들이 가지고 있는 기능성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하얀 쌀밥과 흰색 밀가루를 장기로 먹을 경우의 폐해에 대해 많은 정보를 통해 알고 있으며 이로 인해 흰쌀과 흰 밀가루 보다는 잡곡이 훨씬 웰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모든 잡곡에서 폴리페놀과 피트산 등 항산화물질이 많아 콜레스테롤 저하는 물론 당뇨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씹을 때 탄력을 주는 글루텐이 들어 있지 않아 밀을 주식으로 할 때 생기는 '셀리악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도 잡곡의 활용을 높이고 있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잡곡의 우수성과 장점들이 부각되면서 잡곡을 브랜드하고 있는 조직이나 법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메밀의 경우 그 꽃이 아름다운 데다 이젠 붉은 색 꽃이 피는 종이 개발되어 농촌 관광산업과 체험, 가공을 아우르는 6차 산업형 작목으로 적합 할 것이라고 생각되며 그런 분야의 개척과 개발을 통해 잡곡을 통한 6차 산업형 모델을 개발하고 선점해 가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농업 경쟁력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사료된다.

이처럼 우리 곁으로 귀환한 잡곡을 어떻게 생산하고 가공하고 활용해야 하느냐가 관건이며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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