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 구절초.
매년 가을이면 각 지역마다 볼거리와 먹거리 등을 테마로 하는 다양한 축제를 펼치곤 한다. 축제별로 풍성한 생활정보와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지만 전북 정읍에서 열린 구절초 축제는 나에게 남다른 의미를 느끼게 한다. 조그만 야산 전체를 구절초로만으로 가꾸어 가까이 가기도 전에 꽃향기에 우선 취하고 꽃밭을 거닐면서는 순박함과 아름다움에 취하고 만다.

구절초는 가을을 대표하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이름의 유래를 보면 모든 액을 물리치고 무병장수를 위해 음력 9월9일 중앙절에 꽃을 꺾은 다음 그 꽃잎으로 국화주를 만들어 먹은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예로부터 음력 9월9일 꽃과 줄기를 잘라 부인병 치료와 예방을 위한 약재로 썼다하여 구절초라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산야초의 다른 이름으로 선모초(仙母草)라 불리기도 한다.

구절초는 전국의 산과 들녘 그리고 길가 양지바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줄기는 곧게 위로 서고 가지를 조금 치거나 전혀 치지 않기도 하며 키가 어른 허리까지 자란다. 뿌리에서 자라 올라오는 잎과 줄기는 날개깃처럼 두 번 반복하여 깊게 갈라진다. 꽃은 9∼11월 줄기끝 또는 줄기 끝에서 자라난 몇 개의 꽃대위에 지름이 4∼6㎝의 흰색 또는 은은하고 연한 분홍색으로 한 송이씩만 핀다. 총포는 긴 타원형 조각으로 갈색이고 열매는 수과로 10∼11월에 결실을 맺으며 최근에는 이 약초 전체에서 좋은 향기가 나고 꽃의 모양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많이 심기도 한다.

구절초는 쓰임새도 다양하다. 봄철에 새순을 거두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나물 무침으로 활용해도 좋고, 가을엔 꽃이 달린 전초를 채취하여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렸다가 달여 먹으면 여성들의 손발이 차거나 냉기가 있을 때 상비약으로 그만이다.

민간에서는 예로부터 여성들의 생리불순, 생리통, 무월경, 불임증 등 온갖 부인병에는 물론 치풍, 폐염, 기관지염, 기침, 감기, 고혈압, 목구멍염증, 방광질환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약간 쓴맛이 있어 소화불량과 위장질환에도 좋고 몸이 냉한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또 가을에 깨끗한 한 곳에서 꽃봉오리만을 채취하여 덖어두었다가 꽃차를 만들어 우려 마실 수 있다. 바짝 말린 구절초를 베갯속에 넣어두면 숙면을 취하는데 좋고 족욕이나 반신욕 또는 목욕물에 구절초 삶은 물을 활용하면 피부건강에도 좋다.

가을에 서리내릴 무렵 전초를 채취하여 물에 깨끗이 씻어 그늘에 말렸다가 잘게 썰어 소주에 주침 후 6개월 정도 익히면 구절초주가 되는데, 잠자기 전 한 두 잔씩 마시면 특히 여성들에게 위장병, 부인병, 그리고 신경통에 좋다고 한다.

▲ 장 호 봉 약용식물관리 강사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