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를 꼬아 사각형 등으로 엮어 제작

멍석
우리나라에서 짚 다루기가 시작된 것은 신석기시대로 경기도 김포와 일산유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짚은 우리 선조들과는 너무나 밀접했다. 짚은 우리 선조들에겐 흡사 공기나 물과 같았다고 할 것이며, 늘 같이 있었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였다고 생각된다.

짚은 지붕뿐만 아니라 농가에서 곡식을 말리고 도리깨질을 할 때 쓰는 멍석, 씨 뿌릴 때 쓰는 종다래끼(종댕이·종다리), 벌통에 씌운 주저리, 김장 둥주리, 씨앗을 보관했던 씨오쟁이, 암탉의 보금자리인 닭둥우리 등 큰 것에서 자잘한 것에 이르기까지 짚으로 솜씨 있게 꼬고 틀어올려 만든 것들에서 선조들의 나무랄데 없는 솜씨에 탄복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가을에 여행을 하다 보면 너른 들이나 도로변에 곡식을 말리기 위해 곡식을 널어 논 광경은 풍요로움과 함께 시골의 정취를 더해 준다.

추수한 곡식은 다음 추수 때까지 오랫동안 보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잘 말려야 하는데, 멍석은 곡식을 말리는데 주로 사용되는 곡식 깔개이다. 탈곡을 하고 난 뒤 곧바로 곳간에 넣거나 가마니에 담으면 자체 수분으로 인해 썩음으로 멍석에 펴서 햇볕에 잘 말린 다음 방아에 찧거나 갈무리한다.

멍석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짚은 잘 말리게 되면 습기를 머금거나 방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곡식을 말리는 데 그만이다. 또한 엮은 짚 사이로 통풍이 잘 되기 때문에 곡식의 수분 증발을 쉽게 해 주기도 한다.

멍석은 가늘게 새끼를 꼬아 사각형, 직사각형, 원형 등으로 엮어서 만드는데 주로 일이 적은 겨울철에 작업을 한다. 그러나 요즘은 새끼를 꼬아 만든 멍석 대신에 화학비닐로 만든 검은 색 망을 사용한다. 이러한 멍석의 변천은 농촌의 일손 부족과 더불어 공장에서 생산되는 비닐 망을 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비닐 망과 새끼 멍석과의 차이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더운 여름날 비닐로 만든 방석을 사용했을 때와 왕골이나 짚으로 만든 방석을 사용했을 경우 바람의 통풍 차이에서 뚜렷이 알 수 있다.

멍석은 추수 때 곡식을 말리는 데 사용된 것 외에 집안이나 동네의 경사나 애사 때 마당에 깔고 손님을 모시기도 하고 가난한 집에서는 방에 깔기도 하였다.

이렇듯 멍석은 짚이 통풍이 잘되어 습기를 막거나 흡수하여 조절하는 통풍 원리를 잘 이용했던 우리 선조들의 과학적 슬기의 결정체여서, 요즘 아무리 좋은 첨단 비닐이라도 습기는 제대로 처리할 수 없어 멍석만한 것이 없다.

▲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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