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옥 동화작가ㆍ전 주중초 교장] "잘 잤니? 사랑해. 정말로 넌 대단해!"

오늘 아침도 눈을 뜨자마자 '사랑해'양파를 들여다보며 칭찬을 해줬다. 이 양파는 두 달 전, 투명한 컵에 물을 담고 한쪽은 '사랑해'라고 써 붙이고, 한쪽은 '미워'라고 써 붙여 놓은 양파다. 그 후, 시간 있을 때마다 들여다보며 '사랑해' 양파에겐 입맞춤을 해주며 사랑해 주었고 '미워'라고 쓴 양파에겐 "넌, 싫어."라고 말해줬다. 두 달이 지난 오늘 '사랑해'양파는 뿌리를 튼튼히 내리고 위로 싹을 틔우려 하는데 '미워'양파는 뿌리가 점점 시들해지며 물이 뿌옇게 흐려지는 것이었다.

(칭찬은 고래도…)

필자는 양파를 심은 후부터 남편에게도 좋은 점을 찾아 칭찬을 해 주기로 했다. 그전에는 색깔이 좀 안 맞는 옷을 입으면 불평을 하며 색깔도 그렇게 못 맞추느냐고 핀잔을 주었는데 요즘은 잘 맞춰 입었을 때만 칭찬을 한다.

정말로 요즘 필자는 팔불출이 돼가고 있다. 그전에는 자기 남편을 칭찬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요즘엔 칭찬을 먼저 하고 앉아있으니 팔불출은 팔불출인 모양이다. 오늘도 건강하게 잘 살아가니 칭찬할 일이요, 당신 덕분에 행복하다니 칭찬할 일이요, 자식들 잘 챙겨 주니 칭찬할 일이요, 찾아보면 칭찬할 일들로 가득하니 누가 팔불출이라 해도 이 일을 어쩌랴.

어제는 큰 딸아이 생일이었다. 아침 운동을 다녀온 그이가 딸아이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여 주었다. 딸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잔뜩 배어 있어 눈물이 핑 돌았다.

"여보. 고마워요. 주희가 정말 좋았겠어요. 아버지의 사랑을 잔뜩 느꼈을 것 같아요."

남편에게 또 칭찬을 해줬다. 그전 같으면 생일에는 자식이 먼저 부모님께 낳아 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한다며 기다리고 있다가 소식이 없으면 섭섭해하며 전화를 걸어 고맙다는 말도 안 하느냐고 했을 텐데, 기다릴 것 없이 먼저 사랑한다고 해 준 남편이 고마웠다. 필자도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희야, 사랑한다. 엄마는 너 같은 딸 하나 더 낳아서 길러 보고 싶다. 잘 커 줘서 고맙다."

그런데 딸아이가 말이 없는 것이었다. 조금 뒤 딸아이는 우는 목소리로  "엄마. 고마워요. 39년 동안 키우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어요?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우리 모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침을 시작했다. 딸 둘을 키우며 전문인으로 자기 일을 하며 살아가는 딸이 늘 안쓰럽고 애잔하다.

(양파를 바라보며)

사랑한다고 칭찬을 해 줬더니 온 힘을 다해 춤을 추는 양파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남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나 자신이 먼저 변화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칭찬은 나 자신을 변화 시킨다. 그리고 행복한 삶을 가져온다. 팔불출로 사는 것도 값진 삶이란 걸 알고 더 많은 칭찬을 해야겠다. 9월엔 오덕을 지닌 국화꽃을 바라보며 국화 잎 띄운 찻잔에 칭찬도 같이 띄워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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