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광섭칼럼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 남들보다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경제성장과 선진국가라는 영광의 휘장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헌신하였는가. 그 결과 누가 뭐래도 우리사회는 눈부신 발전과 변화를 계속해 오고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문명의 세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네의 삶에는 감동이 없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사랑도 점점 식어가고 있다. 물질문명보다 더 소중한 삶의 가치를 등한시해 왔기 때문에 감동도, 희망도, 그리고 사랑도 늘 부족해 보이는 것이다.
모든 것이 편리하고 역동적이며 변화무쌍하지만 비정서이고 획일적이며 메마르고 거친 삶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국제금융위기와 경제불황 역시 숨가쁘게 달려온 것에 대한 반성과 참회라는 메타포가 담겨 있다. 그래서 웰빙과 웰니스의 시대정신이 생겨난 것이며 급기야 녹색성장이라는 국정지표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다가는 개인과 사회는 물론이고 국가와 지구촌 전체가 환경재앙에 직면할 것이고 처절하게 상처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은 단지 환경문제의 해결에만 만족해 하지 않는다. 우리사회를 감성 넘치게 만들고 사랑으로 여울지게 하며 미래를 향한 행복한 꿈이 영글게 한다. 게다가 문화와 복지, 경제와 국민통합의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으로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다. 예컨대 국내·외 주요 도시마다 도로다이어트를 하고 자전거도시를 만들며 걷기 좋은 도시공간을 만드는 일, 그리고 생태계를 복원하고 친환경 공원녹지를 확충하며 청정에너지를 개발하는 일련의 과정은 세상의 그 어떤 노력과 열정보다도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매우 중요하고 가치있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것이다.
다비드 르 브르통은 그의 저서 '걷기 예찬'에서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고 말했다. 비영리 환경교육기구 ‘플래닛워크’의 설립자 존 프란시스는 그의 저서 '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 워크'에서 “지구를 위해 걷고 사랑하고 신뢰하면 세상을 바꿀수 없어도 자신은 바꿀수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을 강조했다. 프랑스 파리는 도시 전체를 걷기 좋은 환경으로, 네델란드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자전거 환경으로, 덴마크는 전체 소비 전력의 20%를 풍력발전으로 생산하는 청정에너지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가 그 어느 도시, 그 어떤 나라보다도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문화·복지·경제·농업 등 사회 전반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도로다이어트 등의 방법으로 자전거도로를 확대시키거나 워킹홀릭의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레일바이크처럼 폐 철로를 활용해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는 지자체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생태하천과 실개천을 복원하고 생명숲 가꾸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도 한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한편 지속가능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 개발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이러한 일련의 노력에 문화아지트를 도입해야 한다. 도시의 공간마다 발 닿는 곳마다 추억과 그리움, 낭만과 미적인 향수로 넘쳐나는 곳이 문화아지트라 할 수 있다.
멋스러운 작품마다 스토리가 살아있고, 다채로운 음악과 춤이 넘쳐나며 만나는 사람마다 향기로움으로 사랑하게 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인간의 온기를 되찾고 감동을 회복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으로 여울지게 하는 곳이야말로 진정한 문화아지트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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