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이정규 부국장(경제부)] "지금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직원들이 많아요."

흥업백화점이 매각 절차를 밟으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된 한 직원의 말이다.

흥업백화점은 직원 수십 명과 점포 종사자 등 수백 명의 근로자들이 생계를 꾸려가던 곳이다.

하지만 LS네트웍스가 (주)건동과 매각 계약을 체결하면서 종사자 모두는 그곳을 떠나야 했다.

일부 직원들은 다른 직장을 구했지만 아직까지 상당수 근로자들은 취업을 하지 못해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구직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매매 계약 조건 상 고용 승계가 어려웠다는 점에서는 이해할 수도 있지만 실업자 지표를 올려버렸다는 점에서는 현 정부 정책과 역행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렇다고 매각이 잘 이뤄지지도 못 했다.

8월 31일까지 계약에 따른 잔금 117억 원이 치러지지 않으면서 현재까지 불발로 끝난 상태다.

한 달이라는 유예기간이 있지만 과연 인수법인인 건동에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LS네트웍스는 이 같은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눈치다. 잔금만 입금되면 끝난다고 판단해 미리 김형래 대표이사까지 해임시켜 버렸다.

LS네트웍스는 김용선 재경부문장을 대표이사 겸직 발령을 냈다.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김형래 대표와 종사자들까지 모두 정리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모양새가 '탁월한' 방법이라고 평가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현재 LS네트웍스가 주력 사업 실적이 약화되고 경영 효율화 작업 차원에서 대성전기공업, 코스페이스, 흥업백화점 등 자회사들을 매각한다는 데 이의를 달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너무 촉박하게 매각을 서두르면서 유일한 직장을 잃어야 하는 근로자들의 처지는 외면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는 없게 됐다.

어쨌든 약속된 시한이 다가오면서 흥업백화점이 어떤 주인을 맞을지 지역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성안길 상인들도 가뜩이나 불경기에 서부상권으로의 쏠림 현상 때문에 침체된 성안길 상권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만일 매각이 불발된다면, 다음 인수사 선정에 있어 철저한 검증을 거쳐 지역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지역에서는 원하고 있다.

LS네트웍스는 이를 간과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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