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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유력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양측의 검증공방이 전면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7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과 관련된 차명 재산보유설과 투자운용회사 bbk와의 연루 의혹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측은 "이 전 시장의 해명이 그간 해왔던 주장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진실을 밝히라'고 재차 촉구했다.

오는 8월 경선을 앞두고 지지율 대반전을 위해 6월 총공세에 착수한 박 전 대표측과,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이 전 시장측의 대대적인 반격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번 공방전은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배수진의 분위기까지 읽혀진다.

당내에서는 강재섭 대표 등 지도부가 "양측의 싸움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양측 캠프의 핵심 관계자들을 당 윤리위에 전격 회부키로 하는 등 '빅2 공방'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양측간 공방의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는 오랜 기간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로 재직했지만 현재 땅 한 귀퉁이도 남의 이름으로 숨겨 놓은 것이 없고, bbk와 관련해서도 단 한 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으며 직접이든 간접이든 관계가 없다"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특히 "그동안 당의 화합을 위해 많이 참아왔으나 같은 당내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 무책임한 폭로전이 한계를 벗어나 너무 심하다"며 "앞으로 당이 원칙을 갖고 무차별적인 흑색선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 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소문이 있다'고 '∼하더라'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해당행위자이자 이적행위자"라면서 "이는 당의 검증기관을 무력화겠다는 의도일 뿐 아니라 당 지도부를 송두리째 흔들어당을 극도의 분열 양상으로 몰고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노무현 정권이 노리는 정치적 의도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박 전 대표와 관련된 의혹 검증에 나설 수도 있다"며 맞불 작전에 착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전 대표측은 이날 추가 폭로는 하지 않았으나 이 전 시장의 해명이 충분치 않다고 몰아 붙였다.

한선교 캠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 전 시장이 bbk를 창업했다고 언급한 보도에 대한 오보 주장과 bbk의 명함에 이 전 시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명기된 부분 등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안풀렸다"면서 "해명이 국민적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다면 검증위에서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또 "이 전 시장의 맏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다스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다가 140억원을 떼인 경로와 이 전 시장은 여기에 어떻게 관여돼 있는지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 전 시장이 bbk 주식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를 물은 게 아니라 금감원이 국회에 제출한 bbk 정관에 이 전 시장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돼있다는 점과 이 전 시장이 언론 인터뷰 등에서 bbk를 설립했다고 밝힌 부분에 대한 사실여부"라면서 "정말 bbk와 무관하다면 당시 인터뷰 기사를 쓴 기자들은 모두 오보를 한 얘기가 되는데 그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또 "무관하다는데 명함까지 파 가지고 다녔겠느냐"면서 "이 전 시장의 오늘 기자회견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전혀 해명이 안됐다"고 덧붙엿다.

최경환 의원은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 "이 전 시장측에서 명확한 해명이 안된다면 당 검증위에서 당연히 검증해야 한다. 이번 일은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고 미국에서 김경준씨 관련 재판이 진행중인 사안이라는 점에서 본선에서 문제가 될 것인 만큼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bbk와 이 전 시장과의 관련 의혹을 계속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날 x-파일 존재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겠다고 지난 5일 간담회에서 밝힌 바 있는 곽성문 의원은 "당 지도부로부터 여러 말씀도 있고 당과 당원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는 생각에 언론을 통한 대응은 당분간 자제하겠다"며 기자회견 유보 의사를 밝히면서도 "x-파일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다만 "내가 말한 x-파일이라는 것은 '검증'과 무관하고 '재산 수천억설'과도 별개의 개념이다. 이 전시장을 포함한 정치인들에 대한 내용을 담은 파일을 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재섭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박관용 당 경선관리위원장, 안강민 국민검증위원장, 인명진 윤리위원장과 긴급 4자 회동을 가진 뒤 이 전 시장측 정두언 의원과박 전 대표측 최경환 곽성문 의원을 당 검증위 의결절차를 거쳐 윤리위에 회부키로 했다.

강 대표는 "양측간 검증공방이 도를 넘었다.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문제로 윤리위에서 경고를 받는다든지 하는 의원에 대해서는 공천도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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