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익 전 단재교육연수원장] 솔직한 얘기다. "웬 놈의 행사와 축제가 그렇게도 많을까. 마구잡이 축제·행사에 흥청거리다 보면 연말을 맞는다." 입장권 팔기와 사주기까지 애꿎은 공무원 몫이다. 심지어 통장(統長)도 그놈의 할당량 채우기에 진땀 뺀다.
평균 100만 원을 들여 28만 원 건진다니 투입되는 엄청난 예산은 결국 혈세 낭비에 빚잔치다. 절대 적자인 손익 계산이니 통합과 정비가 시급한 이유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도와 10개 시·군의 행사 축소와 취소 바람에 예산 절약은 물론 공무원들의 본연 업무도 충실할 수 있었다는 뒷담화다. 개중엔 정체성이 분명한 주민의 문화 수준과 예술 그리고 고수익 저비용도 눈에 띄나 대부분은 경제적 유발, 시너지효과를 외면한 적자 투성이다.
화합과 전통문화 계승, 관광객 유입을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근본 취지를 내세워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국제' 또는 '세계'로 이름 붙인 매머드한 중복 축제들까지 외국인 참가자와 투자협약 등 숫자놀음에 여전히 차가운 건 왜 일까? 학생 무상급식비 분담액을 놓고 몇 개월 째 충북도와 도교육청 간 볼썽사나운 힘겨루기를 하면서도 앞다퉈 행사와 축제 나열엔 몰입 수준이니 마음 편치 않은 모양새다.
(진정한 회초리로 수용해야)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성공적으로 치렀던 다양한 행사는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풍부한 도시 기반 시설을 갖추게 되고 지역의 인지도를 높여왔다. 그러나 요즘은 목적부터 꼼수가 드러나는 게 숱하다. 아주 가끔, 괜찮다 싶은 수준의 문화 프로그램도 마주하나 산만하고 일과성 소비성 행사로 그치는 똑같은 메뉴와 반복적인 소음(騷音) 때문에 구경도 하기 전, 상처부터 입는다. 비싼 출연료로 불러낸 가수나 현란한 몸짓을 빼면 알맹이를 찾기 어렵다.
주민세 납기일을 맞추느라 허우적대는 민생을 보라. 축제 한 번만 건너뛸 경우 어림잡아 충북도민 주민세를 몽땅 감당할 여유까지 생기니 보통 사람들이 축제 자체를 외면하는 건 당연하다. 도대체 그 엄청난 혈세로 흉내 내기 덫에서 언제쯤 자유로울지 지켜보기 힘들어하는 소리다.
(철저한 검증을)
모 신협에서 달랑 현수막 하나 내걸고 '동민 위안 영화 감상'을 마련해 동참한 일이 있다. 마침 늦저녁이라서 너른 잔디밭은 주민들로 빼곡한 채, 모처럼 이웃끼리 주전부리까지 하며 실속 있는 문화를 나눴다. 좋아하는 정도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축제 구조조정 시급하다' 본보(2013년 10월 2일 자) 필자의 언급처럼 문제는 '과유불급'이다. 남들 장 보러 가니까 갓 쓰고 나서는 잔치 스타일을 지우고 유사축제를 통·폐합해 차별화된 콘텐츠로 서둘러야 한다. 발전의 버팀목은 뭐니 뭐니 해도 정신적 토대와 전통에 바탕을 둔 문화적 공감대 형성이다. 지역의 비전과 안목, 의식을 바꾸고 부가가치까지 높일 수 있는 긍정적 에너지야말로 필수 잣대다.
세상은 빠른 변화에 휘말리나 아직 구태를 벗지 못 한 축제와 행사, 분명한 입장과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단언컨대 '주민 위해 목숨 걸면 저절로 지지율은 상승하는 법' 빚 무서운 줄 모르는 꿍꿍이셈 지자체장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지역 행사·축제 원가 공개를 통해 지방행정 건전성을 높이겠다"며 꺼내든 행자부의 제어 장치를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