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개선안대로 시설 보강에도 사고
안일한 대처 비난… SER 도입 검토해야

[충청일보 신정훈기자] '마의 구간'으로 불렸던 충북 청주시 산성도로에서 또 다시 화물트럭이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13일 오후 2시59분쯤 상당구 명암동 산성도로와 1순환로 합류부에서 5t 화물트럭(운전자 A씨·52)이 전도되면서 반대편 차선에서 신호대기하던 싼타페 승용차(운전자 N씨·48)와 25t 화물트럭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씨 등 운전자 2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2009년 개통된 산성도로는 매년 크고 작은 교통사고로 70여명이 다쳐 '마의 도로'로 불렸다.
시는 이런 오명을 씻기 위해 교통시설물 보강 조치 등 다양한 대책들을 쏟아냈으나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연이어 사고가 터지자, 지난 4월 경찰과 도로관리당국은 대책회의를 열고 개선안을 내놓았다.
그 때 수립한 개선안에 대해 교통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지만 청주시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라며 원안을 강행했다.
결국 청주시는 지난 6월부터 이번 사고가 발생한 지점 합류부의 확장공사 및 교통시설물 보강공사를 지난달 모두 완료했다. 그러나 대대적인 손질에도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6개월 만에 재차 발생하자, 청주시의 안일한 대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현장을 목격한 한 운전자는 "설마설마 했는데 차가 차들을 덮쳤다. 고속 주행 중이었다면 분명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며 "운전자 부주의일지라도 사고가 빈번하다면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매우 난처하다. 사고지점의 보강조치는 완료됐지만 다른 구간은 아직 보강공사가 진행 중"이라며 "뭐라 명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고지점의 추가 토지 편입도 고려하고 있는 만큼 논의는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교통공단 충북지부 정용일 연구관은 "산성도로는 이제 도로관리자와 운전자가 소통할 수 있도록 SER(Self-Explaining Road) 도입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SER은 도로 표지판, 노면 표시 등을 통한 설계로 도로 상태를 경고해 운전자가 스스로 실수를 줄이고 운전 편의를 높이는 개념이다.
정 연구관은 "이제는 교통표지판 등의 단순한 시설물 보강 조치보다는 이와 같은 개념의 도입으로 운전자 스스로 안전운전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때"라고 조언했다.
▶SER(Self-Explaining Road)=도로 표지판, 노면 표시 등을 통한 설계로 도로 상태를 경고해 운전자가 스스로 실수를 줄이고 운전 편의를 높이는 개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