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올 가을도 예외없이 독서에 대한 현수막은 여기저기 나붙고 행사는 다른 해 못지않다.
독서는 원래 계절과 연령, 성별, 직업까지 건너 뛴 평생 양식이나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독서량을 말하기엔 부끄럽다.
초등학교 3학년짜리 외손녀에게 전화를 했다.
"책 읽는 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란 멘트였다.
유달리 책을 좋아해서 주말이면 에미 애비와 도서관 출입이 잦다.
필자가 어렷을 적, 독서 유행 시대가 있었다.
발기발기 헤진 소설책이나 명랑만화 몇권 마을에 들어오면 횡재한 마음으로 등잔불 밑에서 밤새워 읽던 기억은 생각할수록 풍요로운 세상이었다.
읽어가는 글 문단에 따라 울고 웃고 가끔은 무서워하면서도 또 다음 날 오기를 손꼽았다.
요즘은 확연하게 책을 아주 많이 읽는 사람과 전혀 읽지 않는 사람, 두 부류로 나뉜다.
후자의 경우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다.
어디 시간 뿐일까. 여유란 생기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니 핑계에 불과하다.
북적대던 대형서점의 시름이 깊고 기껏해야 문구를 겸한 책방은 학교 앞에서나 눈에 띌 정도다.
아이 교육의 절대영역은 '엄마'다.
책과 함께하며 건네는 말과 표정을 따라 아이는 삶의 바탕이자 기초 감수성까지 자란다.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담론은 재치있는 사람을 만들고 필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고도 했다.
책을 가까이 한 사람일수록 물이 없어도 목마르지 않고 이야기가 샘물처럼 솟는다.
삶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겨 낼수 있는 문제 해결능력 역시 최고 방법은 독서다.
다행스러운 건, 입학 전 아이들의 도서관 행 숫자가 점점 늘고 있다는 통계다.
학교와 지역사회 도서관(실)이 첨단화되고 비치된 장서 역시 비교적 풍부한 편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장소와 시간 구애받지 않고 얼마든지 읽을거리와 만날 수 있다.
이제 독서문화도 당연히 바뀌어야할 때다. 씁쓸하지만 책읽기 으뜸으로 일본인을 꼽는다.
청일전쟁 후, 정부 주도로 민(民)과 관(官)이 호흡을 잘 일궈 공공도서관 설립과 이용자가 놀랄 정도로 부쩍 늘어나 '독서하는 일본'이란 국격의 타이틀을 따냈다.
독서를 많이 하게 되면 새로운 시각과 세상을 품어 창의력과 사고력은 물론 여러 길까지 안내 받게 되므로 올바른 가치관과 인격적 자아를 형성할 수 있다.
많은 위인들이 책 속에서 삶의 성공을 터득했다고 말하는 이유다.
음성도서관의 독서교육 사업을 들여다보니 'Book으로 꿈꾸는 세상'을 통해 동화를 새로운 스토리로 각색해 독서 맛으로 붙들어 두고 도서관 이용을 활성화하는 시너지 효과가 눈에 띈다.
'시 낭송'과 '옛 사랑방 책읽기 재현' 등을 창의성 있게 포괄하는 생활 속 문화도 능동적인 바람직한 사례다.
진학률 높은 학군행 철새가 아니라, 도서관 좋은 인근으로 전학한 사례는 이 가을에도 '이슈'에서 빠졌다.
금세 겨울이 오면 독서식량 없는 텅빈 머리로 어떤 짝퉁 럭셔리를 연출할지 그게 더 궁금하다.
분명 교육에도 시기가 있다.
이웃 마을도 제대로 모르는 데 세계를 들이대면 숨막힐 건 뻔하다.
어릴 때 배워야할 걸 놓치면 그 감각을 키울 수 없다.
무엇을 조기에 교육해야 할까 확연한 정답이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