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6월 11일

지난 1987년 6월 10일. 이날, 전국의 주요 도시에는 수십만 시민들의 함성이 하늘 가득 울려 퍼졌다.

학생과 근로자는 물론 '넥타이부대', 심지어는 아이를 안고 나온 주부들까지 '군사독재 타도''대통령 직선제 쟁취' '호헌철폐'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민주화의 불길이 들불처럼 번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날이다.

민초들이 주도한 시민혁명은 마침내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는 '6.29선언'을 이끌어 냈다. 군사독재 정권의 항복을 받아낸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정부차원의 공식 기념식 행사와 함께 전국 각 지역별로 민주관련단체가 주축이 돼 다양한 기념행사를 가졌다.

6월 항쟁의 숭고한 뜻을 되새기자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20년이 흐른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가.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는 등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루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민주주의 이후의 민주주의'를 말하는 이들이 많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6월 항쟁의 정신이 올곧게 실현되지 않았다는 반성이다.

당시 투쟁을 주도한 인사들은 3명이나 대통령이 되고 ·국무총리·장관·국회의원이 되는 등 권력의 중추로 자리 잡았다. 정치적 민주화는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를 겪긴 했지만 경제도 세계 11위권으로 성장했다. 노동환경도 변화했다.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는 등 남북관계도 어느 정도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상은 어떤가.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은 여전하다. 보수니 진보니 이념갈등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지역주의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뿐 만이 아니다. 빈부격차가 심화하는 등 경제적 양극화는 더 커지고 있다. 사회적 혼란도 가시지 않았다.

한반도에는 북한 핵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국민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진정한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다. 6월항쟁의 정신을 되살려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에 다같이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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