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헌섭교육문화 팀장

쌀소득보전 직불금 부당 수령 불똥이 공직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정 수령 의혹이 제기된 일부 충북도의원들이 강력 반발하고,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직불금을 수령한 상당수 공무원들이 자칫 불이익이나 받지나 않을 까 전전긍긍하는 등 쌀 직불금 문제로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
쌀 직불금은 목표 가격을 설정하고, 목표 가격과 당해 연도 수확기 전국 평균 쌀 값과의 차액의 85%를 직접 지불로 보전함으로써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특히 쌀 협상 이후 시장 개방 폭이 확대돼 쌀값이 떨어질 경우 쌀 농가 소득을 적정 수준으로 안정시키기 위해 실제 경작 또는 경영하는 농업인 등에게 지급토록 했다.
그러나 농사를 짓는 농민이 아닌 땅 주인이 직불금을 받아 문제가 생긴 것이다. 지난 2006년 쌀 직불금을 수령한 충북지역 수령자 가운데 7.3%인 2만675명이 비료 구매나 벼 수매 실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부정 수령 의혹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발표에서 부정 수령 의혹이 제기된 도의원 4명이 사실 확인 없는 일방적 의혹 제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얼마 전 기자회견을 갖고 정당하게 쌀 직불금을 수령했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제대로 된 확인하지 않고 발표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후유증도 만만찮다. 어찌됐든 쌀 직불금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 재정에서 지급된 돈이다.
그 목적이 쌀 생산을 장려하고 농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인데 '눈먼 돈'으로 인식하고 부당하게 수령했다면 어찌됐든 도덕적·법률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나랏돈을 정당한 사유없이 빼내 간 것은 엄연한 '공금횡령'이다. 국가 재정이 부당하게 사용된 경우가 어디 어제 오늘의 이야기인가.
적당히 서류만 갖춰 일부 사람들에게 넘겨진 게 어디 쌀 직불금 하나였던가. 정부에서 하는 일이 이렇게 무책임하게 시행됐으니 쌀 직불금 문제도 정부가 우선 책임져야 한다. 그 다음에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를 철저히 가려내 모두 환수 조치해야 한다.
하지만 정당하게 농사를 지었다면 공직자라고 해서 직불금을 수령했다는 이유만으로 지탄 받아서는 안 된다.
부모로부터 농지를 물려받아 농사를 짓거나 퇴직 후 귀농을 염두에 두고 땅 매입해 농사짓는 공직자가 하나둘이겠는가. 고향이나 현 생활 근거지 인근에 땅을 구입해 놓고 주말을 이용해 농사짓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고, 공직자들도 마찬가지다. 직불금 수령 문제를 놓고 공직자라는 이유로 '마녀사냥식'으로 몰아 붙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말 그대로 '투기'를 위해 논을 사 놓고 농사는 다른 사람에게 맡긴 채 쌀 직불금을 받은 일반인들은 문제가 확산돼도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환수 조치당하게 되면 그 때 '물어내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현 제도의 틀 안에서 쌀 직불금 수령을 놓고 잘잘못은 명백하게 가려져야 하지만 공직자라고 사실과 다르게 매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당장 내년부터 땅 소유주들의 직접 영농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직불금 부정 수령'이니 하는 구차한 소리를 듣느니 쌀이 제대로 생산되든 말든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벌써 주변에서 내년 농사 계약을 포기하는 소리가 곳곳서 들린다. 통째로 논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논 갈고, 모 내고, 벼 벨 때만 농민을 찾게 돼 결국 위탁 영농에서 머슴으로 전락하게 된다. 직불금 파문이 오히려 농들의 논만 빼앗고 있는 셈이다. 이는 결국 쌀 생산량 하락으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히 마련돼야 하고, 이참에 허술한 제도도 뜯어고쳐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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