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황혜영 서원대 교수] 어제 학교에서 '新시네마천국'을 다시 봤다. 주인공 토토와 엘레나가 약속이 어긋나 그만 헤어지는 모습을 보고 '요즘처럼 휴대폰만 있었어도'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냐 아니냐가 예전 집전화가 있느냐 없느냐 그 후 휴대폰이 있느냐 없느냐와 흡사한 차이가 돼 가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몇 달 전 새 2G폰으로 다시 바꾸면서까지 아직은 2G를 쓰고 있다. 왜인지 굳이 따지자면 컴퓨터에서 인터넷에 자꾸 들어가 있는 것도 영 안 고쳐지는데 스마트폰에서까지 계속 인터넷에 들어가면 어쩌나 하는 것이 하나의 이유다.

또 평소 통화나 문자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스마트폰에서 카톡, 페북, 밴드 등 모든 아는 사람들과 너무 '가깝고 편리하게' SNS로 연결되는 것이 솔직히 부담스럽다.

카톡이나 밴드에 가입 안 할 정당한 핑계를 2G에 갖다 붙인 면도 없잖아 있다.

게다가 들고 다니는 컴퓨터나 마찬가지다 보니 스마트폰은 화면이 꽤 큰 편인데 2G는 크기가 작아 아무데나 넣어 다니기 편한 것도 마음에 든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머니'도 문제다. 물론 나도 2G치고는 요금을 적게 내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들어보니 스마트폰 요금보다는 적게 든다.

15년이나 내게 붙어 다녀 아이덴티티 같아진 016을 국가에서 없애기 전에 내 손으로 없애야 하나 싶기도 하다. 한 마디로 그냥 쓰고 싶었다.

그동안 숱한 최신 스마트폰에 아랑곳 않았는데 요즘 심각하게 스마트폰을 살지 고민하게 되었다.

얼마 전만 해도 2G를 보고 사람들이 '아직도?'하고 놀라거나 요즘 문자 식으로 'ㅋㅋ'하며 웃겨 했는데 지금은 노골적으로는 아니어도 약간 불만스러워하는 반응을 감지하게 됐다.

스마트폰에서 카톡으로 문자와 통화를 대신하게 되다 보니 사람들이 카톡이 안 되는 2G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 같다. 단체 대화도 카톡방에서 다 해결하다 보니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에게는 매번 따로 문자나 전화로 연락한다는 게 여간 번거롭고 불편한 것이 아니게 된 것이다.

며칠 전에는 학회 발표를 하러 고속버스를 타고 가고 도중 토론자가 자신의 토론문을 찍어 메시지로 보내줬는데 2G에서는 도저히 읽을 수가 없어 직접 통화해 설명을 다시 들어야했다.

나도 당황스러웠지만, 글로 보낸 것을 일일이 설명해야 했던 토론자도 너무나 번거로웠을 것 같다. 솔직히 카스에 올려진 조카 사진을 맘대로 못 보거나 서울 갔다 강남터미널에 도착할 시간에 맞춰 밖에서 예매를 하지 못 할 때 말고는 나 스스로는 2G가 불편한지 잘 모르겠다.

문제는 2G가 스마트폰에 불편을 주기 시작하고 있고, 앞으로 그 불편은 아마도 더 심해질 수 있을 것 같은 데 있다. 스마트폰이나 2G냐는 이제 단순한 선택과 취향의 차원을 넘어 소통의 흐름의 교체가 돼버린 것이다. 그 거대한 흐름 안으로의 한 발, 아직은 좀 더 미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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