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前 단재교육연수원장

[제공=오병익 前  단재교육연수원장] '구름은 하늘에 있는 걸로 배웠는데/도시로 빌딩으로 구멍가게를 떠돌고 있다./게다가 기온까지 맞아 떨어지면 비를 뿌려야지/갈라진 하늘이 샛별까지 잃었다./아직, 기운없는 햇살 볼 새도 없이 숨죽은 집안을 지키지만/언제 저 구름 떼로 묻힐지 몰라/자리 잡기 연습을 한다./그러나 구름 뒤엔 쪽 빛 하늘이 있다는 걸/잠시 잊은 것일 뿐.'

요즘 젊은이의 절규를 그린 필자의 시 '자리 잡기'전문이다. 바야흐로 연애·결혼·출산의 '경보'시대다. 청년세대의 미래가 두려운 증거다.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 결혼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응답이 40%로 나타났다. 평균 초혼 연령이 늦춰지고 혼인율 역시 최근 50년 기준 최저다.

이혼은 어떨까?'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의 비율은 오른 반면 '해서는 안 된다'엔 매우 관대해졌다.

순수한 개인 문제인 결혼과 이혼에 굳이 딴지를 걸 이유야 있을까만, '정부가 살림을 알뜰하게 해 남은 예산을 시민 행복비용으로 돌려줘 그 돈 갖고 결혼과 여행이며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홍콩의 복지 수준이 부럽다.

우리의 경우, 원전(原電)과 방산(防産)비리까지 먼저 본 사람이 임자일 정도로 예산은 개인 쌈짓돈처럼 줄줄 새는 데, 한 편에선 증세(增稅) 설전이니 너무 다르잖은가.

20대 실업율과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그래도 연일 취업문을 두드리며 나이만 늘리는 벼랑 끝 청춘에게 결혼이 사치로 비쳐지는 건 당연지사 아닐까?

육아나 복지도 무늬에 비해 너무 허하다. 만 3∼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누리과정) 실현에 기인한 국정과제로 엄청난 혈세를 경쟁하듯 퍼부었으나 오히려 정신적 공황만 불어났을 뿐 결혼과 출산율은 뒷걸음 했다.

올해 시도교육청 누리과정 예산이 일찌감치 바닥난 바람에 책임 공방 줄다리기를 하다 부랴부랴 틀어막기로 위기를 모면 했잖은가?

정말 '무상 보육'만 믿고 아이를 낳았다간 낭패란 걸 비싸게 경험하고 있다. 그렇다고 별다른 묘책조차 없으니 더 예측불허다.

저출산 원인도 결국 보육 문제다.

사립유치원비가 웬만한 프로그램을 갖춘 경우 거의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 액수다. 이 문제부터 해결 못하면 결혼도 출산도 젊음의 우울한 찬가일수 밖에 있다.

'미혼'이란 '결혼을 전제 하지만 아직 않았거나 못함'을 뜻하는 바, '비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을 강하게 포함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범전(範典)같던 결혼관조차 상식 밖으로 퇴색 돼 세계 최저 출산율에 정지신호 아닌가? 중요한 문제는 또 있다.

제대로된 결혼 교육이 교육과정에서 빠진 채 요구만 넘치다 보니 마치 '고부의 갈등'을 겪고 나면 시집살이를 저절로 배우게 된다는 논리다.

근래, 결혼이민자 숫자도 가속이 붙었지만 체감은 여전히 제자리다.

다문화 교육 주체 역시 교육청, 시군지자체, 민간단체 등으로 대상자의 혼선을 불러오기 일쑤다.

적령기 남녀가 왜 결혼 생각을 안(못)하는지, 그런 경고등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묘책은 무엇인지. 절박한 억측(?)을 파괴할 장기적 공감 배양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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