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지난 28일 오전 9시20분쯤 충북 청주시 청원구 우암산에서 A씨(54·여)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두 달전 보이스피싱으로 2700여만 원을 뜯겼다. 숨진 A씨 주변에서 소주병이 발견됐으나 외상은 없었다. 독극물에 의한 자살이 아닌가보고 경찰은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피같은 돈 2700여만 원을 하루 아침에 날렸으니 낙심이 여간이 아니였을 것이다. 자살을 선택할만큼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은 각 경찰서나 행정기관, 언론 등에서 끊임없이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줄어들기는커녕 해마다 5% 이상  증가한다고 한다. 주로 노인층과 서민층이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을 사칭, 노인들을 상대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조직원이 붙잡혔다. 수원중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중국인 양모(22·여)씨를 구속했다. 중국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80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경찰이 집으로 방문할 테니 계좌에 있는 돈을 찾아 전달하라"고 속여 양씨가 여경인 척하고 돈을 챙기려한 혐의다. 양씨는 서울에서 같은 수법으로 80대 노인으로부터 5600만 원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는 받은 돈의 10%를 자신이 받고 나머지는 중국의 조직에게 전달했다. 홍모(67·여)씨는 검찰 관계자라고 하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혼비백산했다. 누군가 홍씨의 계좌로부터 돈을 인출하려 하고 있으니 빨리 돈을 찾아 이불 속에 숨기고 현관문 열쇠를 우편함에 두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곧장 경찰서로 가라고 했다. 홍씨는 의심할 새도 없이 돈 7800만원을 인출한 뒤 자신의 이불 속에 넣어두고 지시대로 경찰서로 갔다. 그러나 그뒤 누군가에 의해 돈은 모두 사라졌다.
 
조직폭력배가 포함된 보이스피싱 일당 82명이 한꺼번에 검거된 경우도 있다. 보이스피싱이 기업화 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기도 한다. 천안서북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7월부터 최근까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을 상대로 '30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대출 가능'이라는 문자를 스마트폰 메시지로 보내 연락이 오는 사람을 대상으로 신용등급을 높여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속여 26억 원을 가로챘다. 보이스피싱은 일반인들이 잘 속지 않으므로 노인층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은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겁을 주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에게 등급을 높혀 대출해주겠다고 속여 피해를 입힌다.

이들이 전화를 걸면 전화 번호가 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발신 번호를 변경해주는 조직까지 생겨났다. 중국 등 외국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검거도 쉽지 않다. 보이스피싱 조직을 속인 사기범도 있었다. 대포통장을 제공하겠다고 중국 조직을 속여 이 통장에 들어 온 10억원을 가로챘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것이다.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을 막는 방법은 스스로 조심하고 예방하는 것 뿐이다.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등 기관을 사칭하는 것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개인 정보를 잘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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