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옥 동화작가·전 주중초 교장

[진영옥 동화작가·전 주중초 교장] "여보, 저 이제 다시 나룻배에 올라 힘차게 노를 젓기로 했어요."
 
"아니, 무슨 노를 다시 젓는 다는 거요?"
 
"2년 전, 나룻배에서 내려 조금은 허전했는데 이제 다시 배에 올라 노를 젓는 다구요."  
 
"그거 참 좋은 생각이오. 그럼 더 힘이 나는 거요."
 
"그 생각을 왜 이제야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이도 필자의 생각에 힘찬 박수를 보내 줬다. 이제 다시 나룻배에 몸을 싣고 힘차게 노를 저어 강가를 헤쳐 나갈 것이다. 경치 좋은 곳에서는 나룻배를 세워 놓고 풀잎 과 바람이야기, 그리고 새들이 전해 주는 말을 들으며 꽃구경, 세상구경 실컷 하리라.
 
새로운 시간표

2년 전, 홀로 나룻배에 올라 힘차게 저어가던 노를 놓아야 할 때가 된 필자는 아이들과의 사랑 이야기를 남겨 놓은 채, 짐 보따리 하나 달랑 챙겨 나룻배에서 내렸다. 강가를 한 바퀴 돌아오는데 43년이 걸렸으니 강산이 참 많이도 변해있었다.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면서 나룻배에서 허둥지둥 내리려하니 달리던 기차가 앞으로 가려하듯 어디론가 자꾸만 가야만 될 것 같은 착각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곤 했다. 그 때 가서 당황하지 말고 퇴직하기 전, 미리미리 준비해 두라던 선배님들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었고 그냥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서로 출근 할 때는 바빠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와 혼돈으로 다가왔다.
 
나름대로 시간표를 짜서 새로운 인생 여정을 시작했다. 운동도 다시 시작했고, 악기도 삑삑 불며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으로 나름 연수도 받아 보았다.
 
그러다가 시간표를 너무 무리하게 짜서 이리저리 헤매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다.
 
다시 힘차게 노를 저으며
 
며칠 전, 저녁을 먹는데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전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0대 3으로 끌려가다가 9회 말에서 4대 3으로 역전하는 장면을 보게 됐다. 야구에는 문외한인 필자도 그 통쾌함에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야구는 9회 말 투아웃'이라는 남편의 말에 일본과의 경기에서 3점차 역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경기라니 더 통쾌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인생도 분명히 9회 말 투아웃인 듯하다. 오늘을 분명 열심히 사는 것, 오늘 노를 열심히 젓는 것. 저것은 어쩔 수밖에 없는 절망의 늪이라고 한숨지을 때 찾아오는 9회 말 투아웃 인생! 그래, 그래.
 
다시 노를 젓기로 하고 나룻배에 오른 필자는 요즈음 힘차게 노를 젓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좋은 일, 신나는 일부터 생각한다. 좋은 사람 옆에 가면 노를 젓지 않아도 저절로 나룻배는 춤을 춘다. 강가에 세워 놓고 대자연의 합창 소리를 들으며 생각한다.
 
'매 순간 행복하여라. 그것이 모여 행복한 인생을 이룬다.'
 
9회 말 투아웃 인생! 을 생각하며 오늘도 힘차게 노를 저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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