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편성 강공 드라이브
각 시·도교육청, 충돌 일보직전
캐스팅보트 충청권 반발에 주목

[서울=충청일보 이민기기자]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이 4·13 20대 총선판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강공 드라이브를 건 가운데 나란히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지휘하는 충북·충남·세종을 비롯해 서울·경기·강원·광주·전북 교육청 등이 맞불을 놓은 형국이다.

특히 역대 총·대선 때 캐스팅보트 역할로 판세를 좌우했던 충청권의 충북·충남·세종교육청이 반발, 이번 총선에 미칠 영향이 더욱 주목된다.

정부·여당과 대치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충북 등 시·도교육청은 누리과정의 재원을 놓고 현격한 시각 차를 나타내며 정면충돌 일보직전이다.

각 시·도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자체적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5일 담화에서 "시·도교육청이 1월 중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감사원 감사 청구, 검찰 고발을 포함한 법적·행정적·재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강력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6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시·도교육감들을 겁박해 누리과정의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고 맞받아쳤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제시했던 어린이집 누리과정 공약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충북도교육청 등 충청권 교육청 역시 국고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도의회가 임의 편성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6개월 치 411억9000만 원을 집행할 수 없다며 조만간 재의를 요구할 방침이다.

충남도교육청과 세종시교육청 역시 국고 지원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으나 정부와 맞서는 강도는 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동호 교육감은 중도로 분류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누리과정 예산이 전국 총선판의 대형 어젠다로 부상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의 주요 공약을 두고 보수와 진보로 각 세력이 나뉘어 자연스레 총선판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총선판에 뚜렷한 어젠다가 없는 상황에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눈덩이처럼 불거지고 있다"며 "누리과정은 박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일인 만큼 여야가 총선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주목되는 것은 여야 과반수 의석 달성의 열쇠를 쥐고 있는 충청권의 충북·충남·세종교육청이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점이다.

'중원' 충청권 유권자들이 누리과정 예산 문제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과반 정당이 결정된다는 게 기저에 깔렸다.

총선이 D-97일 앞으로 다가온 7일 누리과정 예산의 향배에 이목이 집중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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