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찡그린 눈으로 /새끼를 찾는다. /바로, 곁에서 노는 걸 모르고 /자꾸만 두리 번 거린다. /"나이들면 여기저기 고장 난다"던 할머니. / 돋보기가 필요한 원숭이 / 아직, 안경을 못 쓰고 있다. /필자의 동시 '원숭이 세월'전문이다.
 
해를 넘긴 미로(迷路)를 지나 병신(丙申)년을 맞았다. 낯익은 일상이지만 원숭이의 오지랖을 미화한 덕담들로 넘친다.
 
귀엽고 재주가 많아 인기를 몰고 다닌다.
 
원래, 새끼 사랑까지 뛰어나 자기 자식 남의 자식 가리지 않고 젖을 먹인다는 베풂의 뜻으로 오지랖을 써 왔다.
 
두루두루 개척과 적응에 바쁘게 사는 모습을 비유한 배려 의미다. '오지랖' 넓게 새해를 함께 품는 건 참으로 설렘과 축복이다.
 
위기의 글로벌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불확실한 험로(險路)에 두려움이 짙다. 세계지도를 펴놓고 아무리 봐도 먹잇감 발견하기 힘들다.
 
'마른 풀씨만 씹을 수 있다'는 불면의 착시(錯視)까지 겹친다.
 
세계화·일류화 등 거센 물결에 엉켜 잠시 주춤거리다가는 언제 매몰될지 모를 안개 속 곡예지만 한 뼘 얼굴을 펴고 나니 결이 고운 새해다. 
 
회사배지가 어울릴 새도 없이 쫄퇴(신입들의 퇴직)로 일자리를 떨려난 젊은이들,  아직 명함 몇 장 뺐을 뿐인데 출근할 곳을 잃었다.
 
실업보다 무서운 건 부모님 체온이다. "우리 새끼 취업 했다"며 동네방네 볼륨 높이시던 신바람을 "그래도 삼시 세끼는 꼭 챙겨 먹어야 한다.
 
기름값 보낼테니 차타고 다니면서 직장 또 구하면 되지…" 목메임의 절규로 쭈그러 드셨다.
 
오죽하면 지난 연말, 기득권 투쟁으로 흩어지고 찢어져 뇌사상태인 국회를 향해 '법안 처리가 제 때 되지 않아 젊은이들 일자리 창출 걱정 때문에 잠 못드는 대통령의 정치우울증을 회자했을까.
 
그나마 무책임과 무기력한 엔진을 탓하지 않으며 미래란 믿음을 퍼올리는 더 많은 사람들 덕분에 새해는 다시 기운차다.
 
진짜 중요한 건, 깜짝깜짝 놀래키거나 기운 빼는 일 없이 사랑방 군불처럼 은은한 온기를 펴는 손 길 하나면 된다.
 
'밥값 못해 우리도 아픕니다'란 엄살 섞인 정치인 신음도 모를 리 없다. 성급하게 동동거리고 잔소리 퍼 부으니 '헷갈린 경고등'의 잔혹사가 되풀이된 셈이다.
 
비록, 새해를 조망하는 구석구석이 녹녹친 않아도 숨쉬기를 온전히 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던진 화두는 '세상을 바꾸지 말고 나를 바꿔라'란 희망 메시지다. 성공적인 가정·조직의 공통점은 구성원 간 인간관계부터 뭔가 다르다.
 
담쟁이는 뜨거운 담장에 뿌리를 앉히면서도 끝내 땀으로 올곧은 줄기를 만들어 낸다. '한방'으로 대박은 백지나 다름없는 요행이요 설령 이뤄진다 해도 다시 순간 몰락의 리스크를 안게 된다. 최근 모 가수의 노래  '뭐뭐 한다고 전해라'는 '백세인생' 패러디물이 정치권까지 상종가다.
 
그도 25년 동안 무명을 무던하게 헤친 인생 보폭에 자신을 칭찬했듯 너른 세상 그리고 야무진 꿈을 향해 다시 일어서 도전하는 오지랖 세포.  바로, 2016 우리 모두의 날개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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