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현 연구관(국립중앙과학관)

고구려 鐵제련기술 발달

▲삼국시대 공격형 무기 수노기 (쇠뇌)
인류 문명은 철(fe)의 이용과 더불어 발전해 왔으며, 우수한 철기문화를 가진 국가가 세계를 지배했다. 철은 가장 강인하고 실용적인 소재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인간의 생활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철의 종류는 철 속의 탄소함유량으로 결정하는데 연철(鍊鐵, wrought iron, 탄소0.03% 이하), 주철(鑄鐵, cast iron, 1.7% 이상), 강철(鋼鐵, steel,1.7%~0.03%) 등으로 구분된다.
순수한 철의 녹는 점은 1530도나 되지만 일반적으로 불순물이 섞인 철은 이보다 낮았다. 700~ 800도면 산소가 빠져나가는 환원현상이 시작되고 1000도쯤 높이면 환원이 빨리 일어난다. 1200도에 이르러야 물엿처럼 되어 주철을 생산할 수 있었지만 주철은 강한 반면 쉽게 부서지는 단점이 있어 무기나 도구를 만들 수 없었다.강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저온환원상태에서 만들어진 괴련철에 탄소를 집어넣어 침탄강을 만들거나, 고온용융상태에서 만들어진 주철을 탈탄처리 하여 강(鋼)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게 되었다.
주철에서 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가장 먼저 개발된 방법은 초강법(炒鋼法)이다. 초강법은 녹은 상태의 주철에 붉은 흙이나 산화철 가루 등 탈탄제(脫炭劑)를 넣고 휘저으면 쇠 속의 탄소가 타서 이산화탄소 기체로 날아가 탄소의 함량이 낮아지게 하는 방법이다.

초강법으로 탄소 제거
충격흡수용 무기 제조

삼국시대가 되면 이러한 철기로 무기를 만드는데 고구려에서부터 일찍 발달하여 철의 제련기술과 단조기술에 의한 질 좋은 강철제품이 많이 생산되었다.
고구려유적인 로남리의 쇠도끼는 탄소 0.72%, 규소 0.3%, 망간 0.3%를 합금한 강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쉽게 부러지지 않고 강한 날을 가진 큰 칼들을 분석해 보면 칼등에서 칼날에 이르는 각 부위별로 조직과 강도가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당시의 칼은 강하고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럽고 충격을 잘 흡수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 선조 장인이 경험으로 익히고 스스로 터득한 표면경화처리(담금질) 기법에서 비롯됐다.이러한 칼의 제작방법은 연철소재를 불에 달군 뒤 두드려칼의 형태를 만들고 칼날부위는 강소재로 단접한 후 열 번, 삼십 번, 때에 따라 백 번의 단조과정을 거친 뒤 날 부위를 담금질하였다. 담금질할 때 달군 쇠의 빛깔이 황혼 빛에 오는 순간 몇 차례 단계적으로 등 부분에서 날 부분에 이르기까지 물에 순간적으로 담근다.
이렇게 단계별로 온도를 달리해 표면경화처리를 하면 칼날은 다이몬드를 가공할 수 있는 마르텐사이트 조직이, 칼 중심은 인성과 탄성이 요구되는 퍼얼라이트 조직이, 칼등은 연성이 요구되는 페라이트조직이 만들어진다.
고구려 아차산유적과 백제 천안 용원리유적 출토 화살촉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생산과 성형가공이 쉬운 연철 소재로 화살촉을 만든 다음, 강도? 경도? 인성이 요구되는 화살촉 끝은 강을 단접한 후 담금질하여 마르텐사이트 조직으로 만들어졌음이 밝혀졌는데, 이러한 화살촉은 전쟁에서 갑옷을 뚫을 수 있었다. 마르텐사이트, 퍼얼라이트 조직 등은 모두 현대 첨단조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제철과 제강기술의 핵심인 탄소 함량의 조절, 초강법, 표면경화처리 등의 기술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우리가 철강대국이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윤용현연구관(국립중앙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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