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미 칼럼] 본지 객원 논설위원ㆍ충주대 문예창작과 교수

▲본지 객원 논설위원ㆍ충주대 문예창작과 교수
이번 제25회 전국연극제에서 극단 청년극장의 '직지, 그 끝없는 인연'(공동창작. 진운성 연출)이 대상인 대통령상을 거머쥐었다. 청주를 비롯한 충북연극계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지방연극의 고사 위기가 갈수록 실체화하는 이즈음이라 수상소식은 단순한 기쁨을 넘어서 있으니, 쓰디쓴 인내의 열매를 충청관객에게 선사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무대예술은 인풋(in put)이 없이는 아웃풋(out put)을 기대할 수 없는 장르이다. 기본적으로 무대에 소요되는 미술, 조명, 의상, 소도구, 음악 등은 물론 연습을 위한 진행비, 배우, 연출가의 수고비, 홍보비 등 맨발과 열정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순수 코스트가 있음을 우리는 안다.

불행히도 관객의 입장료가 형식적인 보탬이 돼버린 지 이미 오래인 연극계의 빈곤은 대체적으로 특정 개인이 속된 말로 집안을 말아먹거나 인생을 담보로 버텨내면서 극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대예술 지원과 같은 공적인 보조는 가물에 콩 나듯 생색만 내고 있어 때로는 그들의 생존 욕구에 독소가 될 지경이다.

관객의 감수성은 날로 빠르고 말초적으로 변해 연극과 같이 진지하고 지적인 탐색작업에 스스로를 가두어 두려고도 하지 않는다.

더욱이 문화사각지대인 지방연극의 현실은 이러한 연극 몰이해의 상황이 비극적 최고도를 이루고 있다고 보아야 하겠다.

현대사회 속에서의 연극예술의 이러한 불행은 글로벌한 현상이다. 한국사회의 특수체험이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선진화된 사회는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인지를 바탕으로 사회가 공적으로 그들을 보조할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받으며 그들이 얼마나 예술에 자신을 투자하느냐에 따라 부가의 당근이나 채찍이 주어지는 구조를 마련해 놓는 것이다.

연극예술은 인간의 내면과 동시대를 조명하는 위대한 예술이지만 경제논리에 대응할 만한 자체의 엔진이 부족한 예술이다. 그것은 진지하게 사유하는 연극의 순수 예술적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 사회에서 사장될 장르로 전락한다면 인간의 정신도 그만큼 황폐화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 늘상 반복되는 얘기지만 제도적으로 그들의 작업을 장려해 줄만한 공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청주의 연극은 오랜 역사와 활발한 이력을 지닌 지방연극 대표주자의 자리를 지켜왔다.

이곳에서 연극에 대한 청운의 꿈을 키웠던 노장 연극인들은 순수한 열정만으로 지내왔던 시절에 대해 행복감 넘치는 회고를 들려주곤 한다. 그 시절 분명 이곳 청주에는 문화적인 아우라가 넘쳤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연극계 전반의 침체라는 무게에 눌리고 연극인들 자신도 나태의 늪을 헤매이면서 과거의 영광을 찾기란 요원한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심경이었다.

그 와중에도 청주연극의 맥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현실이야 어떻든 연극은 운명이라는 자기암시로 작업에 임해왔던 연극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해당 극단뿐만 아니라 청주를 비롯한 충북 연극의 전성기가 재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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