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 순환 장애 … 손 · 발 저림증상 유발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 한파가 국내를 강타한지 오래이나 아직도 바닥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무엇보다도 신용경색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중앙은행에서 돈을 풀어도 시중에는 돈이 돌고 있지 않은 것은 자금의 흐름이 막힌 것이다. 경제에서 돈은 인체에서 기혈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자금의 흐름이 막히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듯 인체에서 기혈순환이 원활히 일어나지 않으면 마목과 비증이 된다.
피부에 감각이 이상한 것을 마(麻)라고 하며, 나무처럼 감각이 둔해지는 것을 목(木)이라 하는데 통상 구분하지 않고 마목(麻木)이라 부른다. 기운이 약해지면 기혈 순환이 둔화되어 피부 감각이 이상해진다. 이를 방치하면 기혈 순환이 어려워지고 습담과 사혈이 정체되어 감각이 더욱 둔해진다. 병이 더욱 깊어지면, 뻣뻣해지면 저리게 되는데 이를 비증이라 한다. 마목과 비증을 합하여 마비라고도 한다.
열손가락이 모두 뻣뻣한 것은 위중에 습담과 사혈이 있는 것이니 이를 제거해야 한다. 손발이 뻣뻣한 것은 습으로 인한 경우가 있고 혈이 부족하고 담음이 생겨 그러한 경우가 있으니 체질과 병증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 온몸이 찌뿌드드하면서 여기저기 뻣뻣한 느낌이 있는 것은 기력이 쇠약한데 스트레스 등으로 기의 운행이 막혔거나 기막힌 일을 당하여 그러하다. 급히 기운을 돋우고 울체된 기를 풀어주면 전신의 증상이 일거에 개선된다. 여름만 되면 온몸이 나른하고 양손에 마목감이 있는 것은 기운이 부족한데 습열이 몸을 감싸서 그러하다. 평상시에는 괜찮으나 눈만 감으면 마목감이 있는 것은 기력이 부족하여 위기의 순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부인들이 전신에 마목감을 느끼는 것은 대체로 칠정(七情)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니 칠정으로 생긴 기의 울체를 풀어주면 해소된다.
마목과 불인에서 시작된 비증은 풍병(風病)이다. 몸에 풍사가 심해져서 생기는 질환으로 중풍과 관련이 깊다. 비증은 풍한습(風寒濕)의 사기가 인체를 침범하여 생기므로 세 가지로 나누어 보기도 한다. 풍한습 사기 중에 풍의 기운이 강하면 비증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생기므로 행비(行痺)한다. 한의 기운이 강하면 통증이 매우 심하므로 통비(痛痺)라고 하며, 습의 기운이 강하면 한 군데 붙어 움직이지 않으며 몸을 전체적으로 무겁게 하므로 착비(着痺)라고 한다.
비증이 생기는 부위의 천심에 따라 다섯 가지로 나누기도 한다. 신장의 기운이 망행하거나 겨울에 풍한습의 사기가 몸을 침범하면 뼈에 비증이 생기므로 골비(骨痺)라고 하며, 간의 기운이 망행하거나 봄에 풍한습 사기가 몸을 침범하면 근(筋)에 비증이 생기므로 근비(筋痺)라고 한다. 심의 기운이 망행하거나 여름에 풍한습 사기가 몸을 침범하면 맥에 비증이 생기므로 맥비(脈?)라고 하며, 비장의 기운이 망행하거나 장마철에 풍한습 사기가 몸에 침범하면 기육에 비증이 생기므로 기비(肌痺)라고 한다. 폐의 기운이 망행하거나 가을에 풍한습 사기가 몸에 침범하면 피부에 비중이 생기므로 피비(皮?)라고 한다.
마목과 비증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나, 근본적으로는 생활에서 비롯된다. 음식과 기거가 상도를 벗어나면 인체 내부를 순행하는 기운이 쇠퇴하고 담음이나 어혈이 생기기 쉬워 마목과 비증이 생긴다. 마목과 비증은 중풍 등 중병에 이르는 초기 증상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담백한 음식을 규칙적으로 섭취하고 수면을 규칙적으로 취하고 무리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더불어 한의사의 진료에 따라 체질과 병증에 맞게 침·뜸·한약으로 기력을 보충하고 담음과 어혈을 제거하여 근본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시기를 놓치거나 잘못 치료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다.
![]() |
| ▲ 박 성 규 예올한의원 원장 본보 한의학 전문위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