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진 청주예미담병원장

70세 남성인 A씨는 몇 해전부터 점차로 기억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으나 일상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는 않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 여겨 별다른 관리없이 지내왔으나 최근 들어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아가 치매 검사를 시행하였다.

 

며칠 후 검사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아간 A씨는 치매가 아니라는 의사의 말에 안심을 하였으나 '경도인지장애'라는 처음 들어보는 진단을 받고 이것이 어떠한 병인지 궁금해졌다.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disorder)는 노인성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인지기능의 저하를 의미한다. 다시말해 건망증보다는 심한 기억의 손상을 보이지만 치매는 아직 아닌 상태로 알쯔하이머 치매로 진행될 수 있는 위험성이 매우 높은 단계이다.


대개 주관적으로 기억력이 저하되었다고 호소를 하고 이러한 기억력의 저하가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나타나지만 기억을 제외한 나머지 인지기능은 대개 정상이고 일상 생활도 대체적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도인지장애는 알쯔하이머 치매의 전구 단계로써 이른 시기에 치매를 발견할 수 있는 단계이기도 하기 때문에 치매로 진행되기 이전 예방적 치료를 위해 최근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보통 1년에 10-15% 정도가 치매로 발전하며 기억력의 저하 뿐 아니라 다른 영역의 인지기능 장애가 있는 경우 치매로 진행할 확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정상인에게서 치매로 진행될 수 있는 확률인 1-2%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경도인지장애의 진단을 받는 경우에는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도록 진단 시점부터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 이유는 이 시기에 시작하는 치료가 치료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도인지장애는 대개 정상적인 노화과정에서 비롯되며 알쯔하이머 치매와 같이 임상 진단이 가능할 정도로 인지기능의 손상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많은 경우 노인성 건망증 정도로 가볍게 여겨져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최근 노인 인구의 증가와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인해 기억력과 같은 인지력의 저하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고 이로 인해 치매와 더불어 경도인지장애의 진단률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2014년에는 십만명 이상이 경도인지장애의 진단을 받았고 이는 치매 대비 23.8%에 이르는 숫자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2배 정도 더 많고 65세 이상에서 10-20% 정도의 유병률을 나타내고 있다.

 

진단은 주로 신경심리검사에 의하지만 치매와의 구분을 위해 뇌영상(MRI)나 CT, PET 등을 이용한 뇌영상검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치료는 일단 비약물적으로 고혈압이나 당뇨 등에 대한 관리와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치매와 마찬가지로 콜린에스터레이즈 억제제, 항산화제, NMDA수용체 길항체 등과 같은 약물로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임성진 청주예미담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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