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 백산OPC >2<

▲ 프린터에 쓰는 opc드럼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 20%를 자랑하는 (주)백산opc. 창업 14년만에 일본을 누르고 세계에 우뚝 서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맨 앞이 이범형 부회장.
나이 61세에 회사를 세웠다. 그 회사를 번듯한 일류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5년동안 콘테이너박스에서 먹고 자고 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 콘테이너박스는 기념으로 갖고 있다.
충북 진천에 있는 (주)백산opc. 유기 감광재료를 알루미늄 튜브 표면에 코팅한 opc(organic photo conductor·유기감광체)드럼을 만드는 세계적 기업이다.프린터에서 빠질 수 없는 장비다.
이미 이 분야 종주국임을 자랑하고 있는 일본시장의 60%, 전세계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를 처음 세운 이범형 부회장(75)은 요즘도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해 중국, 대만, 유럽, 미국을 내집 드나들 듯한다.
이 부회장이 이 회사를 세운 건 1994년. 충청지역과 아무 연고도 없는 상태에서 처음에는 수도권에 공장을 세우려다 교통이 편리하고 부지확보가 쉬운 진천을 택했다. 지금도 평일이면 진천의 사택에서 보낸다.
그가 하고많은 업종 중 프린터 드럼을 선택한 건 군 복무와 그 이후 방위산업체 근무 인연 때문이었다.지난 1974년 중령으로 예편하고 곧바로 방위산업체인 s공업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알루미늄을 이용한 무기제작에 참여했고 '다른 건 몰라도 알루미늄 갖고 기계 만드는 건 자신있다'는 자신감이 붙으면서 1988년부터 창업을 꿈꿨다.그리고 6년 후 1994년 회사를 만들었다.
창업 후 2~3년은 고생을 참 많이 했다. 제품 개발을 위해 쓰다버린 코팅액만도 수천만 원 어치였고 자금압박으로 부도위기에까지 몰렸다. 오죽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면 뇌경색으로 두 번이나 쓰러졌다. 그러면서도 일어나는 그를 가족들이 한사코 말렸지만 '제대로 된 내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신념을 막지는 못했다.
1996년 9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전시회에 샘플 3개 달랑 들고 처음 참가했다. 누구 하나 눈길주는 사람없는 곳에서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내 제품 한번 봐달라"고 했지만 이미 현지에 공장까지 가동하고 있는 일본과 독일회사에 치여 그대로 왔다.
그러다 다음 해인 1997년 영국에서 개발된 코팅액으로 고감도 ex 드럼을 만든 게 대박을 터뜨렸다. 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밀려들었고 1998년 유럽을 거쳐 1999년 드디어 종주국이라는 일본시장에까지 진출했다.
그때 일본에는 미쯔비시와 후지, 독일의 aeg, 대만 sinonar, 한국의 삼성전기가 각축을 벌이고 있었지만 주눅들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당시를 "알루미늄 기술과 해외시장 영업에 대한 자신감 하나로 뚫었다"고 회고했다. 지금도 이 두 가지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일본 진출 2년만에 일본시장의 50%를 먹었다. 지금은 전 세계 70개 나라, 400개 업체와 거래를 트며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창업 때 10명에서 시작하던 직원들도 지금은 267명이 됐다. 본사 공장에 이어 2공장을 추가 건립, 매출도 1억 2000만 원에서 2007년 469억 원으로 400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 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적지 않은 환차손을 입기도 했지만 앞으로 사업 다각화를 통해 50%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는 이익의 지역환원 차원에서 향토기업화도 추진하고 있다. 지금 있는 직원의 95%는 지역 출신이다.
사업구상과 자기관리를 위해 임원실 옆에 간이침대, 운동기구까지 갖춰 놓은 이 부회장에게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길은 항상 있다. 그걸 찾으면 된다"라고 했다.
/박광호·남기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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