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단재교육연수원장] 신문 보기가 겁나는 세상/밤 새, 큼직한 활자로 흔들린 세상/종일, 별별 일들로 구겨진 세상/??세상에, 세상에…??혀를 차던 사람/다시, 몇 번 흔들고 나면 /제자리 찾는 세상./
말장난을 걱정하는 필자의 시 '세상에' 일부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나만 잘 난 선거철 아리송한 언어가 폭탄처럼 쏟아진다. 4·13총선을 겨냥 '살생, 기절, 노욕, 부활' 등 엄살과 배짱으로 기류가 섬뜩하더니 법(法)위의 갑(甲)질을 계속하고 있다. 역대 최악이란 조롱에도 꿈쩍 않던 19대 국회, 결국 선거구 획정을 늦춰 현역들은 이미 준비운동을 끝낸 기득권의 철저한 꼼수를 드러냈다. 정당한 선거운동 권리를 뺏긴 예비후보자에게는 완전 불공정 게임이었다.
국회의원은 유권자와 맺은 '기간제' 신분이다. 4년 동안 성과를 꼼꼼히 따져 계약기간 연장(당선), 아니면 해지(낙선)인 선택과 배척을 하게 된다. 누릴 만큼 누린 여러 명 의원들까지 결국 붕당의 선봉이 돼 왔다. 자고나면 바꿔 입은 유니폼 색깔, '내 밥그릇 챙기기'의 혈투에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유권자 수준을 그토록 호락호락하게 우롱하다니 추락치고는 너무 치졸하다.
허망한 약속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선거를 달가워할 리 만무하다. 명분과 결론의 실종으로 오죽했으면 '국회무용론'이 펄펄 끓는 걸까. 도대체 금배지가 뭐 길래. 제 집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지르려 한다. 툭하면 엎어 버리고 평생 안볼 것처럼 후안무치(厚顔無恥)에 능숙한지 모를 일이다. 국민을 하늘처럼 섬긴다던 구호 역시 분노와 모욕일 뿐, 할 말 없으면 '일자리 창출과 민생 문제'로 설레발치지만 약속은 언제나 허망하다.
그들에게 표를 주어 국회로 보낸 책임도 크다. 이젠 질리다 못해 국민 피로증후군 역시 심각단계다. 일부 후보자의 경우, 자신 하나를 가누지 못하면서 무슨 정치를 한답시고 개선장군처럼 표(票)동냥엔 날아다닌다. 황당한 철판 양심, 그야말로 몽매(蒙昧)아닌가? 더 이상 유권자의 인내는 학대다. 국민이 변할 수밖에 없다.
정치란 교육적으로 도저히 해법이 어려운 구도다. 국회의원 1인당 200여 가지 특권에 금배지를 하루만 달아도 평생 월 120만원 연금까지 챙긴다. 추위를 뚫고 이른 새벽부터 땀 흘린 공사장 인부 일당과 하루 수천km를 누비는 택배기사 발품 삯을 생각하면 국민은 국회의원을 위한 들러리다. 정년이 없는 범법자의 천국으로 사실, 국회의 개혁과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유권자 대비 득표율이 일정 비율 이하면 아예 당선자 없음의 법제화도 고려할 일이다. 공천 과정에서 부터 엄격한 검증보다 자기 사람 심기로 잡배(雜輩) 근성을 드러냈다. 아무리 금배지가 탐나도 사람이 먼저다. 그러고도 일찌감치 축배를 들고 호들갑을 떠는 모습, 두고 보라. 건강한 충고에 귀 막은 쪽의 헛물켜기가 얼마나 우스운 꼴인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