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농업은 옛 부터 타 산업에 비해 약간은 보수적이고 개방적이지 못했다. 자연의 이치에만 따르면서 샤머니즘에 기대는 듯 문화적이고 전통적인 것에 치우치다 보니 그랬을까? 비가 안 오면 비 좀 내려달라고 기우제을 지냈고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제발 그만 내려 달라고 하늘보고 제사를 지내면서 농업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고는 이룰 수 없는 산업으로 다루어지면서도 우리들의 식량을 책임지는 중차대한 몫을 담당하여 왔던 것이다.

 그런 농업이 과학과 접목되면서 기계화가 이루어지고 관개기술이 발달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과거의 그런 모습들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모하고 있다. 이처럼 농업기술의 과학화와 경영 기술의 개선은 우리 농업에 많은 발달을 가져와 거의 혁명적인 수준에 올라 있지만 아직도 농업이라는 산업 측면에서 보면 타 산업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뒤 떨어져 있는데 특히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술과 경영기법이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자동차나 가전제품 산업과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이미 이런 산업에서는 애프터서비스 시대를 지나 비포서비스 시대를 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자동차 회사 경우 찾아가는 비포서비스 제도를 추진하고 있는데 자사 자동차를 구입한 고객의 집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타이어 공기압, 엔진오일, 브레이크 페달의 마모 상태 등을 꼼꼼히 체크해주고 있다.

  이처럼 모든 산업에서 소비자 중심의 경영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은 "컨슈머리포트" 와 같이 소비자들이 제품의 성능과 견고성 등을 직접 평가하여 공개하는 시대를 살다 보니 더욱 더 강화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젠 우리 농업에서도 소비자와 함께 호흡하고 스킨십 하면서 소비자를 경영 파트너로 하는 농업이 필연적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현대 농업의 경영 스타일에서 중요한 대목으로 받아들여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와 함께하는 농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농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인텔의 CEO 앤디 그로브가 "우리의 사업을 단지 PC를 판매하는 것 이상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업은 액티브한 경험과 같은 생활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듯이 고객들은 상품을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품의 서비스를 즐기고자 하며 상품과 서비스에 얽힌 추억으로 남기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농업에서도 농산물을 애용하는 소비자들은 농업과 농산물 이외의 서비스와 추억을 즐기고 싶어 한다는 것으로 귀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우리 농업에서는 아직도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든지 농장과 농가의 문을 걸어 잠그는 경우가 있다고 볼 때 아직도 농업측면의 고객 우선의 경영은 멀리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방역을 위해서라든가 이유 있는 폐쇄는 어쩔 수 없더라도 우리는 이젠 소비자를 끌어 들이고 소비자 우선의 경영 기법을 연구하고 개발해 나가야 한다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시대적으로 소비자를 외면하고는 어느 산업이든지 성장할 수가 없기에 우리 농업에서도 소비자를 최고의 경영 파트너로 농업현장에 소비자를 불러내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땀을 흘린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는 소비자들의 대단위 모임과 우리 농촌의 작목반 내지는 부락단위의 링크를 통해 정말 꿈과 같은 소비자 농업을 완성하는 그날이 반드시 오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