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국 대변인, 기본입장 불변 재확인
요식업 등 각계도 반대 목소리 쏟아내
여론은 "수정 안 돼"… 헌재 판결 관심
[서울=충청일보 이득수기자] 청와대가 10일 전날 국민권익위원회가 시행령을 입법 예고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재차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영란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지난번 박근혜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에 제가 덧붙일 것은 없다"고 답변, 개정이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청와대에서 가진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좋은 취지로 시작했던 게 내수까지 위축시키면 어떻게 하나"라며 "헌재에서 결정하면 거기에 따라야 하겠지만 국회 차원에서도 다시 검토를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속으로 했다"고 언급, 개정의 필요성을 공론화 했다.
정 대변인은 국민권익위가 김영란법 시행령안을 내놓은 데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자 "국회에서 법이 제정됐으니 시행령 입법예고를 내놓은 것은 당연한 절차"라며 말을 아꼈다.
국민권익위가 전날 발표한 김영란법 시행령안에는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공무원·교사·언론인 등에 대한 식사 접대 상한액은 3만 원, 선물과 경조사비 상한액은 각각 5만 원과 10만 원으로 제한했다.
권익위의 시행령안이 발표되자 요식업계·농수축산업계·유통업계를 비롯해 각계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요식업계에서는 한 끼 식사비 5만 원이 넘는 메뉴는 비즈니스 접대 고객들이 주로 이용해왔는데 법안이 시행되면 고객이 끊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농수축산업계는 "선물용 국산 과일 상자가 보통 5만 원이 훌쩍 넘는데 이 법이 시행되면 국내 농수축산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며 국내산 농수축산물은 제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훼업계도 승진 축하 화분 등의 구매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조사 화환 거래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발 개정론이 나오자 새누리당은 즉각 개정 필요성에 편승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0일 "한우 농가 같은 경우는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수정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같은 당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법안 자체에 선물 한도 등이 명시된 게 아니고 시행령에 들어간 것"이라며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법 시행 전 개정을 포함해 모든 방안을 논의해보겠다"며 적극적인 개정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시행도 하기 전에 개정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섣부르다"면서 "시행 이후 드러나는 부작용에 대해 국민이 개정 필요성을 용인할 때 개정을 논의하는 것이 입법부의 자세"라고 밝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인터넷 댓글 등에 나타난 일반 국민 여론은 김영란법을 수정 없이 시행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다.
우리나라 공직 사회에 만연된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선 김영란법 같은 강력한 반부패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애당초 왜 김영란 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민적 지지를 받았는지를 상기해야 한다', '김영란법이 경기 침체를 가져올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그동안 이 법이 없었을 때도 불경기였다', '인·허가를 둘러싼 뇌물공여접대를 종식시키고 인·허가를 쉽게 함으로써 오히려 경기를 살아나게 할 수 있다'는 등의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 법 제정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은 지역구민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부정청탁 행위를 법 적용에서 예외로 한 것은 입법권을 무기로 자신들만 빠져나간 것이라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이법을 제안한 김영란 대법관이 입법 과정에서 알맹이는 다 빠진 채 껍데기만 남았다고 지적했는데 그나마 시행도 해보지 않고 개정부터 거론하는 것 역시 이치에 맞지 않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의원들이 국민 여론이 무서워 개정에 몸을 사릴 경우 김영란 법의 개정 여부, 나아가 존폐 여부는 헌재 판결로 결정될 전망이다.


땡볕과그늘 경계선을 두고 씨래기국과 쇠고기국을 놓고 마주앉아 식사하는 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