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오늘날 현대인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건강에 관심이 많고 식이에도 지나칠 만큼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 이유는 건강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거나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르지 못한 건강지식은 오히려 몸에 해를 끼친다. 몸에 이롭다고 하면 기를 쓰고 입으로 들어가는 것에 정신을 집중한다. 이렇듯 건강에 관해서 사람들은 어떤 것이 몸에 좋고, 어떤 것이 나쁘다하면 무조건적으로 취하려 하거나 배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요즘 산이나 계곡에서는 뱀이나 개구리를 보기가 어렵다. 남성들의 몸 보양에 좋다고 마구 남획한 결과라고 한다. 예부터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약보다 더 좋은 것으로 통했다.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 하여 식보(食補)는 약보(藥補)보다 우선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지만 일찍이 몸에 좋다는 음식이 요즘처럼 인기몰이를 한 적이 없다.

 채식열풍에 이어 보리, 율무, 깨, 콩 같은 잡곡이 불티나게 팔리고, 육식은 몸을 병들게 하고 성인병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뱀이나 까마귀, 개구리, 지렁이 같은 혐오식품이 인기를 끌기도 했고, 육식에 대한 일종의 반동으로 순식물성 식품만이 장수식품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건강하게 오래 사는 유일한 방법은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다. 일찍이 맹자도 "나이 칠십이 되면 비단옷을 입고 고기반찬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나이가 노년기로 접어들면 자연스레 기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육식을 거르지 말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어느 나라에서나 고치기 어려운 질병을 다스린다는 명목으로 끔찍한 음식이 추천되곤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부터 효자는 부모가 중병에 걸리면 자신의 살을 베어 공양하거나 손가락을 잘라 피를 먹여 살려낸다는 얘기가 있다. 고치기 어려운 어떤 병에는 어린이의 간이 좋다는 끔찍한 속설도 있어 실제로 한국이나 중국, 일본의 문헌을 보면 나쁜 질병 때문에 어린이들이 수난을 당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지금 우리는 첨단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다. 혐오스런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기력을 회복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이야기이다. 무병장수를 원한다면 혐오식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또 아침은 임금처럼 먹고, 점심은 황제처럼 먹고, 저녁은 거지처럼 먹는 식습관의 개선도 요구된다. 양질의 단백질 식품을 충분히 먹는 것이 좋고 기름기가 적은 육식을 섭취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하루에 세끼 밥을 거르지 않고 잘 먹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지 더 이상은 필요치 않다. 신체에는 항상 일정 농도의 영양소가 존재해 있고 그 영양소가 부족할 때 질병발생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지 오히려 지나치게 되면 다른 영양소와의 불균형으로 또 다른 질병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문으로 떠도는 혐오스런 음식보다는 제철에 나는 식품을 고루 먹되 과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제철에 나는 음식이란 과일이나 채소류는 재배되는 시기, 생선은 산란 시기 등을 고려한다. 제철식품은 영양분이 풍부하고 맛이 다른 때에 비해 훨씬 좋아 몸에 활력을 불어 환절기 질환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제철음식은 계절에 맞는 항산화물질과 항균물질을 생산해 면역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제철음식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더 없이 좋은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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